◇마흔, 아버지의 마음이 되는 시간=합천 출생으로 기자, 대학 강사, 베스트셀러를 낸 저술가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한국수필’ 12월호 신인상으로 등단한 수필가 최효찬의 첫 수필집. 2022년 ‘한국수필’에 10차례에 걸쳐 연재한, 집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를 담아낸 ‘특별기획 집’ 시리즈에 더해 등단작 등 발표 수필 19편, 미발표 수필 2편 등 모두 31편을 담았다. 그가 독파한 수많은 책과 다양한 경력이 녹아난 문장들은 저자만의 인문학적 슴슴한 맛이 스며들어 읽고만 있어도 지적 배부름을 느끼게 한다. 여느 수필과 비교해 철학적 함의가 더 짙게 느껴지는 수필을 특유의 유연한 글솜씨로 풀어냈다. 연암서가. 247쪽. 1만 5000원.
◇행복동 타임캡슐=창원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권지영이 낸 첫 소설. 저자는 지난 2021년 가야사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 소설 부문에 입상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은 ‘청소년 성장소설 십대들의 힐링캠프’라는 부제처럼 책을 통해 성장한 행복동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저마다의 아픈 상처를 지닌 승윤·서진·도현·서연·솔희 등 다섯 청소년은 인근 학교 생활지도부 선생님과 마지못해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운수 좋은 날’, ‘꿈을 지키는 카메라’ 등 5권의 소설과 소통하며 진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행복한 나무. 208쪽. 1만 3800원.
◇부산을 기억하는 법=마산에서 태어나 교직에 몸담은 1993년부터 부산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부산작가회의 회장 김요아킴의 7번째 시집. 이제는 30년을 함께한 제2의 고향이자 문학적 본향이지만, 한때는 낯설기만 했던 항구도시에서 세월의 풍화 속에 함께한 인연과 현실 속으로 뿌리내리려 한 서사의 과정을 시어로 직조한 시 60편을 수록했다. “뜰 안의 나뭇가지가, 제법/흉상을 가려 잘라내었다, 위험하게/사다리 위에서 불안한 톱질로/당신을 빛낼 요량이었다//서걱거리는 틈사이로/그동안 기거했던 벌레들이/급하게 이주를 했다, 순간/늘 앉던 새들의 자리도 사라졌다”.(시 ‘요산문학관, 그 나무’ 하략) 전망. 160쪽. 1만 3000원.
◇나는 가장 슬픈 순간에 사랑을 생각한다=60대의 나이로 3년 6개월가량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새벽부터’가 필명으로 사회관계망 X(옛 트위터)에 풀어놓은 글들을 묶어낸 수필집. 화려한 이력도 자극적인 언사도, 홍보도 없이 그저 잔잔하게 저자가 마주하는 슬픔을 적어내려갔을 뿐이지만 그 글이 지닌 특유의 따스함과 먹먹함에 2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가 모이면서 출판으로 이어졌다. ‘행복을 말하기 힘든 삶일지라도 계속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들’이라는 부제를 내건 책의 기저에는 슬픔이 깔려 있지만, 그 슬픔은 삶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진다. 워터베어프레스. 344쪽. 1만 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