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특별한 잔칫상을 엿보다…‘교방꽃상’
조선시대 특별한 잔칫상을 엿보다…‘교방꽃상’
  • 백지영
  • 승인 2024.08.0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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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
본보 게재 칼럼·새 이야기 묶어내

조선시대 최고의 접대식, 진주성 병마절도사의 특별한 잔칫상을 엿볼 수 있는 식문화 인문학서가 출간됐다.

한국 비빔밥의 모태인 진주화반이 진주성 전투에서 유래됐다는 설화를 뒤집고, 고려시대 혈식 제사(날 것 그대로를 올리는 유교식 제사)에서 시작했다는 유래를 추적하는 등 20년이 넘는 진주교방음식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한국음식문화재단은 최근 조선시대 지방관의 밥상을 엿볼 수 있는 식문화 인문학서 ‘교방꽃상’을 발간했다.

3대 과방 지기 집안에서 태어나 손맛을 익히고 한식 세계화를 주창해 온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 집필한 책이다.

저자가 지난 2022년부터 경남일보에 연재한 진주교방음식 칼럼 약 50편을 다듬고 새롭게 써 내려간 이야기 약 30편을 더해 80여 편을 묶어 7장에 걸쳐 다채로운 일러스트와 함께 선보인다.

책에는 진주 토박이인 저자가 오랜 기간 진주의 맛을 연구하고 진주교방음식을 복원·재현에 공을 들여온 20년 이상의 땀방울이 녹아 있다.

진주는 고려·조선 시대 경남 서부 지역의 대표 도시로, 정자에서 즐기는 풍류 문화가 발달했다. 교자상 너머로, 기생들의 춤이 너울대고 음악이 울렸다.

진주성에는 경상도 육군본부인 병마절도영이 있었고 행정을 담당하는 관청도 진주에 있었다. 수많은 관리가 드나들면서 자연히 접대식이 발달했다.

진주교방음식은 진주성 병마절도영의 나리들을 위해 차린 잔치 음식이다. 고려·조선시대 기생을 양성했던 관아 기관인 교방의 기생들이 만들었다. 섬세한 손끝으로 빚어낸 진주교방음식은 크기가 작고, 모양이 정교하며 서정적인 맛을 품었다.

사나흘에 한 번씩 잔치가 벌어지는 촉석루에 차려내야 했던 교자상의 가격을 지금으로 환산하면 수백만 원에 육박한다. 백 가지 맛이 난다는 소고기, 신선한 남해의 활어회, 지리산 송이버섯과 죽순 등 향기롭고 좋은 것들은 모두 진주성으로 들어왔다. 진주에 인접한 지리산·남해의 풍부한 재료를 이용해 큰 교자상 한 상 가득 차려진 진주교방음식은 태가 아름다워 꽃상이라 불렸다.

저자는 한국 비빔밥의 모태로 꼽히는 진주화반을 복원하고, 전통 사족들의 부엌을 열어젖혔다. 진주성 전투의 혈전 이미지와 육회가 겹치는 허구를 뒤로 하고,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1000년이 넘은 화반의 역사를 추적한다. 진주화반을 따라가 보면, 동아시아를 휩쓸었던 고대 유교문화를 만난다. 일제강점기, 화반의 자리를 차지한 진주 장터 비빔밥 이야기도 흥미롭다.

궁중음식이 서울 양반가의 음식과 교류했듯, 진주교방음식 역시 진주를 본으로 하는 강·하·정씨 가문의 음식들에서 유래됐다. 진주 노유들이 저자에게 들려준 이야기 속에는 음식 하나하나 맛을 내는 비법과 함께 애틋한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

한식에 우리 고유의 오방색을 입혀낸 ‘교방꽃상’은 떡볶이 등 길거리 분식이 K-푸드의 상징이 되어가는 현실 속 한식 세계화를 향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313쪽. 2만 2000원.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교방꽃상’ 수록 일러스트.
‘교방꽃상’ 수록 일러스트.
‘교방꽃상’ 수록 일러스트.
‘교방꽃상’ 수록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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