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화원 ‘개정증보 진주안내’ 번역본
1910년대 ‘진주의 모든 것’ 종합백과사전
권해주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등 11명 번역
1910년대 ‘진주의 모든 것’ 종합백과사전
권해주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등 11명 번역
110년 전 일본의 눈에 비친 진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일본인이 처음으로 진주에 거주하기 시작한 1903년부터 11년, 국권피탈로부터는 4년. 낯선 진주 땅을 밟은 일본인의 시각에서 써 내려갔던 일종의 ‘진주 종합 백과사전’이 발간 110년 만에 번역본으로 출간돼 눈길을 끈다.
진주문화원은 최근 일본문헌 ‘개정증보 진주안내’ 번역본을 출간했다. 권해주 경상국립대 일어교육과 명예교수와 제자인 권인현, 김미영, 박지은, 이명심, 이은주, 이현숙, 오자키 타카에, 하라 사야리, 히로세 에이코, 홍고 타미오 등 국내외 일본 역사, 사회문화 전공 석박사 11명이 3년여 공들여 번역한 책이다.
일본문헌 ‘개정증보 진주안내’는 일본인 이사쿠 도모하치가 1914년 집필한 책이다. 일본 총독부는 국권피탈 이후 서울, 인천, 대구, 창원 등 다양한 도시를 배경으로 당시 일본인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총망라하는 백과사전 격 책을 펴내고 특별 취급했다.
‘개정증보 진주안내’는 저자인 이사쿠 도모하치는 2년 전 다른 필진과 함께 펴낸 ‘진주안내’의 개정증보판이다. 전작과 비교하면 이사쿠 도모하치 혼자 집필했다는 점은 물론 내용상으로도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책은 진주의 연혁·지세·지미(地味)·기후를 비롯해 1910년대 초반 진주를 무대로 기술 가능한 대부분의 정보를 망라한다. 인구·호구, 인정·풍속, 관청·사회조직, 교통·통신, 금융·교육·위생·소방, 농업·임업·공업·상업 등 산업, 종교, 명승고적 등 다채로운 정보를 담았다. 책의 말미에는 진주 시가지의 토지 가격과 당시 5만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자산가, 진주 실업가(일본인이 압도적 다수)나 진주 전화 가입자 등도 소개해 당시 진주의 변화 상황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구한말 이후 사회 변화 속에서 경남도청 소재지라는 위상에 걸맞게 다양한 근대식 관청과 교육시설이 설치되고, 일본인들이 들어와 거주하면서 진주 지역사회가 달라져 가는 모습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진주 소식뿐만 아니라 사천 선진리성 전투를 일본 육군 보병 대위 시각에서 기록한 ‘사천신채전사’를 비롯해 하동, 거창, 산청, 합천 등 인근 저명한 시읍에 대한 정보도 함께 담아 당대 경남 서부 지역 현황을 함께 엿볼 수 있다.
110년 전 발간된 책이 이렇게 한국어판으로 나오게 된 중심에는 재능 기부 형태로 번역을 주도한 권해주 경상국립대 일어교육과 명예교수가 있다.
그와 ‘개정증보 진주안내’의 인연은 27년 전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향토사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故(고) 김상조 전 사천군수가 1995년 소장 중이던 ‘개정증보 진주안내’ 복사본을 경상국립대에 일본문화연구소를 창설한 故(고) 강동호 경상국립대 법대 명예교수에게 넘겼고, 그 자료가 2년 후인 1997년 권 명예교수에게 쥐어졌다. 시간 날 때 번역해달라고 청했지만 강의 등으로 바빠 한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다.
권 명예교수에게 번역의 중요성을 되새긴 건 김준형 경상국립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였다.
“김 교수도 다른 경로로 ‘개정증보 진주안내’ 복사본을 구해 소장하고 있었지만 해석이 막막했던 모양이에요. 그러다가 우연히 저 역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번역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몇 년에 걸쳐 끈질기게 권유해 왔어요. 3년 전, 정년 퇴임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야 심적인 여유가 생겨 문하생들과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그와 문하생까지 11명이 공동 작업에 나섰지만 번역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책 속의 사진과 함께 수록된 진주지역 상공 광고까지 모두 번역했는데, 도장 직인 속 글자 등을 식별하기 어려워 한문 전문가와 조각 작업을 하는 미술인 등의 도움을 구해야 했다. 부록에 등장하는 다양한 무기 체계에 대한 해석도 쉽지 않아 국립진주박물관을 여러 차례 찾아 학예사들과 토론을 펼쳤다.
진주문화원은 문화원 회원인 권 명예교수가 110년 전 향토사가 녹아있는 책 번역 작업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지난해 알게 되자 함께 책을 내자며 원고를 청탁해왔다. 책은 원고가 진주문화원으로 넘어간 이후로도 예산 부족으로 발간이 미뤄졌지만, 하연옥과 이성수안과 등 지역 기업 2곳이 의미 있는 책 발간에 동참하고 싶다며 힘을 보태면서 빛을 보게 됐다.
권 명예교수는 “타지에서는 지역연구원 등의 주도로 20여 년 전부터 번역본이 나왔는데 진주는 늦은 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간 중국발 자료에 비해 일본발 자료는 번역·연구가 도외시됐다. 극일도 일본을 잘 알 때야 가능한 만큼 이 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진주문화원을 책 초판 300권 제작해 지역 곳곳에 배포한 상태로, 현재 각계 반응이 좋아 판매용 추가분 제작을 검토 중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진주문화원은 최근 일본문헌 ‘개정증보 진주안내’ 번역본을 출간했다. 권해주 경상국립대 일어교육과 명예교수와 제자인 권인현, 김미영, 박지은, 이명심, 이은주, 이현숙, 오자키 타카에, 하라 사야리, 히로세 에이코, 홍고 타미오 등 국내외 일본 역사, 사회문화 전공 석박사 11명이 3년여 공들여 번역한 책이다.
일본문헌 ‘개정증보 진주안내’는 일본인 이사쿠 도모하치가 1914년 집필한 책이다. 일본 총독부는 국권피탈 이후 서울, 인천, 대구, 창원 등 다양한 도시를 배경으로 당시 일본인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총망라하는 백과사전 격 책을 펴내고 특별 취급했다.
‘개정증보 진주안내’는 저자인 이사쿠 도모하치는 2년 전 다른 필진과 함께 펴낸 ‘진주안내’의 개정증보판이다. 전작과 비교하면 이사쿠 도모하치 혼자 집필했다는 점은 물론 내용상으로도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책은 진주의 연혁·지세·지미(地味)·기후를 비롯해 1910년대 초반 진주를 무대로 기술 가능한 대부분의 정보를 망라한다. 인구·호구, 인정·풍속, 관청·사회조직, 교통·통신, 금융·교육·위생·소방, 농업·임업·공업·상업 등 산업, 종교, 명승고적 등 다채로운 정보를 담았다. 책의 말미에는 진주 시가지의 토지 가격과 당시 5만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자산가, 진주 실업가(일본인이 압도적 다수)나 진주 전화 가입자 등도 소개해 당시 진주의 변화 상황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구한말 이후 사회 변화 속에서 경남도청 소재지라는 위상에 걸맞게 다양한 근대식 관청과 교육시설이 설치되고, 일본인들이 들어와 거주하면서 진주 지역사회가 달라져 가는 모습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진주 소식뿐만 아니라 사천 선진리성 전투를 일본 육군 보병 대위 시각에서 기록한 ‘사천신채전사’를 비롯해 하동, 거창, 산청, 합천 등 인근 저명한 시읍에 대한 정보도 함께 담아 당대 경남 서부 지역 현황을 함께 엿볼 수 있다.
110년 전 발간된 책이 이렇게 한국어판으로 나오게 된 중심에는 재능 기부 형태로 번역을 주도한 권해주 경상국립대 일어교육과 명예교수가 있다.
그와 ‘개정증보 진주안내’의 인연은 27년 전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향토사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故(고) 김상조 전 사천군수가 1995년 소장 중이던 ‘개정증보 진주안내’ 복사본을 경상국립대에 일본문화연구소를 창설한 故(고) 강동호 경상국립대 법대 명예교수에게 넘겼고, 그 자료가 2년 후인 1997년 권 명예교수에게 쥐어졌다. 시간 날 때 번역해달라고 청했지만 강의 등으로 바빠 한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다.
권 명예교수에게 번역의 중요성을 되새긴 건 김준형 경상국립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였다.
“김 교수도 다른 경로로 ‘개정증보 진주안내’ 복사본을 구해 소장하고 있었지만 해석이 막막했던 모양이에요. 그러다가 우연히 저 역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번역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몇 년에 걸쳐 끈질기게 권유해 왔어요. 3년 전, 정년 퇴임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야 심적인 여유가 생겨 문하생들과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그와 문하생까지 11명이 공동 작업에 나섰지만 번역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책 속의 사진과 함께 수록된 진주지역 상공 광고까지 모두 번역했는데, 도장 직인 속 글자 등을 식별하기 어려워 한문 전문가와 조각 작업을 하는 미술인 등의 도움을 구해야 했다. 부록에 등장하는 다양한 무기 체계에 대한 해석도 쉽지 않아 국립진주박물관을 여러 차례 찾아 학예사들과 토론을 펼쳤다.
진주문화원은 문화원 회원인 권 명예교수가 110년 전 향토사가 녹아있는 책 번역 작업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지난해 알게 되자 함께 책을 내자며 원고를 청탁해왔다. 책은 원고가 진주문화원으로 넘어간 이후로도 예산 부족으로 발간이 미뤄졌지만, 하연옥과 이성수안과 등 지역 기업 2곳이 의미 있는 책 발간에 동참하고 싶다며 힘을 보태면서 빛을 보게 됐다.
권 명예교수는 “타지에서는 지역연구원 등의 주도로 20여 년 전부터 번역본이 나왔는데 진주는 늦은 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간 중국발 자료에 비해 일본발 자료는 번역·연구가 도외시됐다. 극일도 일본을 잘 알 때야 가능한 만큼 이 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진주문화원을 책 초판 300권 제작해 지역 곳곳에 배포한 상태로, 현재 각계 반응이 좋아 판매용 추가분 제작을 검토 중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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