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도가 못다 이룬 꿈, 우주 향해 다시 출발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는 말이 있다.
늑도가 고대 국제 무역항이었다는 사실은 오늘날 대한민국 우주항공청이 들어선 사천지역에 던져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천시는 고대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개척한 늑도의 역사적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까?
현재 사천시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사천늑도유적 종합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늑도 유적의 정비복원과 향후 활용 방안은 사천시의 의지에 달려 있다”라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늑도의 정체성을 살리고, 주민들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이뤄져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천시의 용역을 받아 종합 정비계획 수립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늑도유적은 보존 중심의 정비형 유적으로 계획했다가 지금은 남해·창선대교를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활용형으로 가자는 의견이 대두해 정비형과 활용형을 같이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보통 문화재만 보려고 오지는 않기 때문에 각종 편의 및 휴양 시설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과의 상생이다. 국가유산청도 최근 사적 관리와 보전에 있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김상일 사천시 학예연구사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에 한 나라의 우주항공 분야를 책임지는 우주항공청이 개청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사천시의 이런 면모를 강조하는 차원에서도 늑도 유적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늑도유적을 제대로 소개할 공간이 없다. 작은 곳이라도 늑도 유적을 홍보할 수 있는 전시관 같은 곳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에 맞춰 종합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늑도 유적에 대한 관심은 우리 학계는 물론 고대 무역 항로에 있었던 일본에서도 매우 높다. 관광지로 개발할 필요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홍보식 국립공주대 사학과 교수
◇이창희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경주는 고분과 탑, 사찰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이 있는데, 늑도 유적은 대부분 지표면 아래에 있다 보니 현장에서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 관광 요소가 다소 미흡하다. 늑도 유적의 정비와 복원은 이런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천시가 지난해 실시한 것처럼 매입한 부지에 대한 새로운 발굴 조사는 소규모로 계속 진행하면서, 한쪽에서는 발굴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발굴된 유물을 전시도 하는 그런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 같다.
◇이수홍 울산문화재연구원 조사실장
늑도 유적은 국가사적지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직 미발굴된 섬 부지는 필요하다면 학술발굴이 조금씩 이뤄져야 한다. 2000년 전에 늑도의 모습과 성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고상 가옥이나 늑도 유적을 제대로 소개하는 전시관이나 박물관이 지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개인적으로 박물관이나 전시관은 전문적으로 유적을 설명하거나 공부하는, 어려운 곳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와서 놀거나 쉬는 곳, 재미있는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
◇김건수 목포대학교 박물관장
늑도 유적은 어떻게든 활용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굴된 유적을 보존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지자체인 사천시와 유적을 관리하는 국가유산청이 서로 의견을 잘 조율해서 진행해야 한다. 그 유적의 의미나 가치를 후대에 어떻게 가르치고 이용할 것인지는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늑도 유적의 정비와 복원, 그리고 활용방안의 가장 핵심은 사람들에게 2000년 전에 왜, 어떻게 번성하게 되었는지, 늑도 유적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장용준 국립진주박물관 관장
늑도 유적은 여러 차례 발굴 조사를 한 적이 있지만 섬 전체에서 보면 여전히 조사되지 않은 곳이 많다. 그런 차원에서 현장 보전은 아주 중요하다. 유적이 파괴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며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꼭 현장 방문이 아니더라도, 늑도 유적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당시의 생활상과 유적의 중요성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서 이를 디지털 매체 등을 통해 유적을 홍보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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