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56]뱀사골 신선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56]뱀사골 신선길
  • 경남일보
  • 승인 2024.07.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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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아래 흰 구름…여기가 무릉도원
뱀사골 계곡, 산, 구름을 감상하는 회원들.

 

◇전설 더듬어 걸으며 하루쯤은 신선이 돼보자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샹그릴라,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이 쓴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은 모두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이상향이다. 티베트 지역의 샹그릴라, 동진의 무릉도원과 버금가는 곳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바로 청학동이다. 여러 청학동 중의 하나가 뱀사골 와운마을이다.

1300여 년 전, 뱀사골 반선마을 입구에는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다. 송림사에서는 해마다 칠월 백중날 법력이 높은 승려 한 분을 뽑아 신선바위에서 기도하게 하는 의식을 가졌다. 다음 날 아침이면 기도를 한 승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그 승려가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갔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해, 한 승려가 이를 이상히 여겨 기도를 하기 위해 뽑힌 승려의 옷에다 독을 묻혀 놓았다. 이튿날 날이 밝아 사람들이 신선바위로 올라가니, 뱀소 근처에 큰 이무기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이후 이 계곡을 이무기(뱀)가 죽은(死) 골짜기라는 뜻으로 ‘뱀사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의 밥이 된 스님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죽은 스님들이 절반쯤 신선이 됐다는 의미로 계곡 앞마을을 반선(半仙)마을이라고 불렀다는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져오고 있다.

뱀사골에 있는 반선과 와운마을을 신선이 살만한 곳인 이상향으로 만들어 놓은 전설을 더듬고 하루만이라도 신선처럼 살아보기 위해 ‘진주동행둘레길’ 회원들과 함께 뱀사골 와운마을 탐방을 떠났다. 진주에서 2시간 정도 걸려 전북 남원시 산내면 뱀사골 지리산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뱀사골 지리산국립공원 주차장-뱀사골 신선길 입구-무장애탐방로-돗소-요룡대-와운교-와운마을 부부송-와운마을-지리산천년송’을 탐방한 뒤 원점 회귀하는 왕복 6㎞ 구간을 트레킹(걷기 여행) 하기로 했다.

뱀사골 무장애 탐방로.

 

◇물소리·바람 소리·새소리 모여 환상의 둘레길

뱀사골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서 조금 올라가자 ‘뱀사골 신선길’ 입구가 나타났다. 필자 일행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신선체험을 하기 위해 뱀사골 신선길을 찾았다. 시작부터 950m 구간은 계단 없이 데크로만 만들어 놓은 무장애 탐방로인데, 노약자나 장애인 등 누구나가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아름답게 펼쳐진 뱀사골 골짜기의 조망이 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뷰뿐만이 아니었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연달아 내뱉는 탐방객들의 감탄사들이 모여 ‘뱀사골 신선길’을 더욱 환상적인 둘레길로 만들어 주었다.

무장애탐방로가 끝날 즈음 멧돼지들이 목욕을 했다는 ‘돗소’가 있었다. 물빛이 옥색인 돗소는 규모가 꽤 컸다. 멧돼지 여남은 마리가 함께 멱을 감아도 될 만큼 큰 목욕탕이었다. 데크길 트레킹이 끝날 무렵, 계곡 한편에 우뚝 솟은 채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듯한 모습의 요룡대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바위와 자갈이 차지하던 하류와는 달리 위쪽으로 갈수록 거칠고 큰 바위들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화개재와 와운마을 갈림길에서 와운교 쪽으로 접어들어 탐방의 종착지인 와운마을과 ‘지리산 천년송’을 만나러 갔다. 뱀사골 계곡보다 규모가 작은 와운계곡을 따라 난 가파른 길을 걸어 와운마을로 향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구름도 누워서 간다는 뜻을 가진 와운(臥雲) 마을, 신선이 내려와 살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을 떠올리며 올라갔다. 뒷걸음질을 칠 정도로 경사가 심한 길을 걸어 와운마을 아래 뜸에 닿았다.

맨 먼저 눈에 띈 것이 부부송이었다. 흙 한 줌 없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려 꼿꼿이 선 부부송은 주변의 다른 나무들이 짙푸른 색을 띠고 있는 것에 비해 연녹색을 띠고 있었다. 척박한 곳에서 최소한의 잎과 가지로 살아가는 부부송은 모든 물욕을 버린 채 청빈하게 살아가는 수행자를 닮아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와운마을 입구에 닿자 생각보다 큰 규모의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로 들어가는 산기슭에는 지리산 마스코트인 철제 반달곰 가족이 탐방객을 맞이해 주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누운골식당 앞에 설치해 놓은 대형 물레방아 하나가 물방울을 튀기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천년송 위쪽에 있는 할아버지송.

 

◇천년송의 기를 받아 신선이 된 하루

물레방아가 건네는 물보라에 잠깐 땀을 식힌 뒤, 다시 마을 입구로 내려와 마을 위 ‘지리산천년송’을 만나러 올라갔다. 깎아지른 비탈길에 놓인 데크길을 걸어 100m 정도 올라가자 건강한 모습의 지리산 천년송을 뵐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424호인 이 소나무는 할머니 소나무이고 20m 위쪽에는 할아버지 소나무도 있었다. 이름이 ‘천년송’이지만 실제로는 수령 500년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소나무들을 수호신으로 믿는 주민들은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음력 1월 10일이면 할아버지 소나무에 지낸다고 한다. 두 그루의 노송으로 인해 와운마을은 장수 마을로 더욱 유명해졌으며, 신선이 살만한 곳이라 널리 알려져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리산천년송 빗돌에다 잡귀를 쫓기 위해 왼새끼를 둘러놓은 모습에서도 마을 주민들이 천년송을 얼마나 신성시하는가를 엿볼 수 있었다.

와운마을 위 뜸에 자연산 나물과 버섯, 약초 등을 전시해 놓고 탐방객들에게 판매하는 ‘꽃이 피는 산골’이란 이름의 목조 그늘막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리산 천년송, 산, 불로초, 해, 구름, 물, 돌, 대나무 등 십장생으로 불리는 신선의 벗들이 실제 존재하는 와운마을엔 하나님도 신선이 되고 싶었는지 마을 윗목에 교회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었다. 십자가 너머 신선의 모습을 한 구름이 산마루에 걸터앉아 와운마을을 굽어보고 있었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족욕을 즐기는 회원들.
와운마을 마스코트인 철제 반달곰.
뱀사골 신선길 입구.
와운마을 산약초 판매대.
와운마을 아래뜸에 있는 부부송.
천년송에서 내려다본 와운마을.
천년송이라 불리는 할머니송.
흔들바위라고도 불리는 요룡대.
멧돼지가 목욕한 돗소.
뱀사골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탐방객들.
누운골식당 입구의 대형물레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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