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자발적 모임…동료와 함께 더나은 수업 연구
수업 공개·수업 연구회·교사 연수·동아리활동 활발
“교사 간 소통·협력 증진…교육의 질 제고에 큰 역할”
창원남산유치원에는 ‘아나바다’ 수업이 있다. ‘아낌없이 나누고 바라보며 다함께 성장하자’를 주제로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운영하며 교사간 협력과 소통으로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과정을 만들자는 취지의 수업형태다. 거제 양정초등학교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고, 교사와 학생이 모두 행복한 수업을 만들기 위한 ‘배움중심수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여기에 18개 시·군 단위학교 어디서나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인공지능과 스마트단말기 활용한 ‘미래형 수업’도 이제는 학교 현장에서 꽤나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박종훈 경남교육감 취임 후 10년 동안 경남 교육은 학생들이 받고 있는 이 ‘수업’에 혁신과 성장의 키워드를 얹어 다양한 변화와 진화를 꾀해 왔다.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전문적학습공동체와 배움중심수업, 미래형 수업의 다채로운 형태들이 각각의 교육현장을 어떤 식으로 변모시켜 나가고 있는지를 총 4차례에 걸쳐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 교사의 변화 없이는 수업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교사들은 다양한 학교 업무 탓에 오롯이 수업에만 집중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자발적 배움이나 그를 통해 얻은 성과 나눔, 함께하는 성찰은 기존 수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배움과 나눔, 성찰을 이끄는 학교의 중심축이 바로 ‘전문적학습공동체’다.
◇수업혁신 전문적학습공동체와 수업나눔
전문적학습공동체, 학교현장에서는 ‘전학공’으로 불리는 이 말은 교육비전 공유와 교사 간 동료성을 바탕으로 소통을 통해 협력적 연구·실천으로 교원의 전문성을 성장시키는 교사 연구회를 일컫는다. 다시말해 교육의 맥락에서 ‘전학공’은 교사들이 전문성 함양을 위해 협력적으로 학습하는 공동체다.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대부분 교사들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모인 이들이 높은 학습 의지를 가지고 운영해 나간다. 이는 학교 동료와 함께 연구하는 문화를 만들고 배움중심수업으로 수업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배움중심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학교는 교사들의 학습공동체 활동이 활발하다. 수업공개, 수업연구회, 교사연수, 교사 동아리활동 등은 그 자체로 좋은 학습공동체 역할을 한다. 그 속에서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기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2019년부터 관내 유치원과 특수학교를 포함한 전 학교에 운영비를 지원하며 전문적학습공동체 활동을 돕고 있다. 또한 학교 안팎 동아리형 전문적학습공동체 운영을 위해서도 각 팀 당 평균 2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교육현장에 스며든 전문적학습공동체
앞서 언급한 ‘아나바다’를 운영하고 있는 창원남산유치원 교사들은 일상적 모임 외 매달 두 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이를 통해 실제 수업사례나 그에 관한 고민, 유아가 중심인 유아자치 실현 등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텃밭놀이활동’이다. 아이들은 이를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생태적 감수성이나 자연친화적 태도 역시 자연스레 체득한다. 교사 역시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교육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유치원의 한 교사는 “텃밭에 심을 작물을 아이들이 투표를 통해 직접 골라 감자며 딸기며 수박이며 오이, 토마토, 가지 등 다양한 작물을 선정했다”며 “모종을 심고 아침마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식물의 성장을 관찰하면서 아이들은 텃밭놀이에 흠뻑 빠지게 됐다”고 자랑했다.
여기 장애학생을 위한 전문적학습공동체도 있다. 양산의 특수교육지원센터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만들고, 수업혁신을 통한 교원의 통합교육 수업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운영중이다. 이른바 ‘존중UP! 배려UP! 감성UP! 장애학생 통학교육을 위한 환경 구축 프로젝트’다.
이들은 통합수업 역량증진 프로그램과 장애 학생 인권존중 수업 프로그램 등의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 학생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통합교육의 방법과 내용에 다양성을 더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양산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통합교육 환경구축에 대한 모델을 제시하고 여러 교육구성원들과의 화합의 장을 마련해 통합교육에 대한 교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내는데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사파중학교 역시 전문적학습공동체 수업나눔이 수업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는 선봉장 역할을 담당한다.
‘행복학교’로 지정돼 올해 9년째를 맞은 이 학교는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하고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를 올해 비전으로 삼았다. 사파중은 이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학생에게는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는 정례화된 학년별 수업나눔은 물론 수업 전·수업 후 협의회를 진행, 철저한 수업준비와 성찰과정을 거친다.
사전 협의회에서 교사들은 수업계획을 공유하고, 서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 조언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보다 효과적인 교수법을 논의한다. 이후 진행되는 사후 협의회는 각자의 수업방식을 점검하고, 동료의 피드백을 통해 수업개선을 꾀한다.
송기호 사파중 교장은 “학교의 전문적학습공동체 활동은 교사들 간의 소통과 협력을 증진시키고, 교육의 질을 한층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면서 “이들의 정례화된 수업나눔과 내실있는 협의회 활동은 교사들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구심점 역할도 해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수업나눔 교사제에 참여한 정영은 교사는 “수업나눔은 수업에서 학생이 어려워하는 지점을 공유하고 진정한 배움이 이뤄지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평가에 따른 부담보다는 고민을 위한 협의의 자리라고 생각하면 수업의 질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찬기자 kims@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