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신수도 둘레길
신묘한 선율 ‘몽돌밭’
신묘한 선율 ‘몽돌밭’
사람은 누구나 섬이다. 외로워서 섬이고 그리워서 섬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섬이면서도 그 섬을 동경하고 때론 두려워한다.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우리는 그래서 모두 섬이 되고 싶은지도 모른다. 나에겐 설렘의 행성. 김밥 한 줄에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넣고 섬으로 떠난다.
삼천포 항구 앞 지척에 사는 신수도는 이름에 걸맞게 신수가 훤하다. 탁 트인 조망과 살가운 구릉을 따라 마실 가듯 열려 있는 둘레길은 외할머니집 가듯 정겹다. 신수도의 화룡점정은 몽돌밭이다.
된장찌개 끓듯 자글자글 샘솟는 화음은 눈과 귀를 씻어주는 신통한 점괘다. 새벽부터 아내를 꾀어내 길을 나선다.
청널 풍차공원 앞에서 하루 대여섯 번 출항하는 도선은 10여분의 짧은 물길을 헤쳐 섬에 안긴다.
주말엔 좁은 도선이 북적일 만큼 인산인해다. 설탕 꽈배기가 담긴 할매의 장바구니가 정겹다. 몽돌 소리 들으러 간다는 노부부의 기댄 어깨가 살갑고 캠핑의 설렘을 나누는 젊은 부부가족의 장비가 장엄하다. 시끌벅적한 게 모두 일가친척인 듯 아침부터 뱃전이 훤하다.
멀어지는 삼천포 항구가 몽환의 풍경처럼 아련해질 즈음 배는 신수항에 들어선다. 섬 전체가 손을 흔들어 반기듯 출렁거린다. 명품 섬에 이름을 올린 신수도는 구릉이 예쁜 바다 정원이다. 바다를 따라 열린 약 9㎞내외의 둘레길은 숲과 해안을 넘나들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명품 조망을 선사하는 마실길이다. 게으름 피우며 3~4시간 남짓 여유를 부려도 좋다. 몽돌밭 가는 길은 시화전시관이다. 주옥같은 시편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파도가 뱉어놓은 바다의 언어들이 솜사탕처럼 속삭인다. 그 길 끝 방파제 너머로 신묘한 선율이 마음을 끈다. 교향악단의 상시 연주회가 열리고 있는 신수도의 명물 몽돌밭이다.
섣불리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몽돌밭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 오감을 맡긴다. 구슬같은 몽돌 사이로 포말이 드나들고 한 줌 바람이 뒤이어 스치더니 몽돌 건반이 일제히 경쾌한 화음을 피운다. 파도의 지휘가 사뭇 경건하면서도 묘하다. 삶의 결이 이런 거라면 일상은 한층 평화롭고 소담해질 것이다. 섬도 이곳에 와서 마음 추스르겠지? 외로우면서도 당당한 그 이유를 닮고 싶다.
신수도를 걷노라면 게으름의 역설적 가치를 느끼게 된다. 강물처럼 유려하게 자리 편 길 위엔 황토 같은 질펀한 그리움들이 묻어 있고 억겁의 세월을 안고 온 까만 기암들의 사연도 녹아 있다. 옥수수며 여름 감자가 달게 몸집을 키우는 섬 밭 너머 파란 바다가 그리움처럼 펼쳐진 신수도는 달력 속 용궁정원을 닮았다. 옹기종기 어깨를 기댄 골목 사이 빨간 대문이 손짓할것만 같아 아내는 발치에서 시선을 넣어본다. 어쩌면 섬들도 가족이 있어 자기들끼리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릉을 타고 걷는 신수도 둘레길은 호화유람선을 탄 듯 몽환적이다. 벼랑 아래로 아득히 용암 같은 파도가 솟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지중해를 닮은 삼천포 항구의 절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작은 배들이 장난감처럼 뛰어놀고 추도 바닷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열리는 신수도는 용궁 속 작은 마을같다. 팔각정 전망대에 올라서면 사천해전의 역사가 스멀거리고 삼천포 대교 너머로 용궁가는 바다 케이블카가 공상과학 영화처럼 오가며 명품 갤러리를 연출한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 엉킨 생각을 푼다.
서편제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고사리 밭 사이로 열린 미로를 따라 신수항으로 향한다. 찰랑거리며 돌아오는 밀물이 동무처럼 정겨워 명경같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자니 돌아갈 일이 성가시다. 푸성귀를 만지는 할매한테 음료수 한 병 드리니 섬이 젊게 웃는다. 그 너머로 씨앗섬, 장구섬, 아두섬이 꽃처럼 피어있다. 한 무리의 라이딩 동호인들이 바람을 가른다.
자전거 타기에도 신수도는 천국이다. 교정이 예쁜 신수분교(폐교)에서 추억 사진 한장 담고 돌아서니 아쉬움이 손목을 잡는다.
섬 같은 사람들을 태운 배는 육지라는 큰 섬으로 또 떠난다. 그리움이 곰삭는 오늘은 신수 좋은 날이다.
이용호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삼천포 항구 앞 지척에 사는 신수도는 이름에 걸맞게 신수가 훤하다. 탁 트인 조망과 살가운 구릉을 따라 마실 가듯 열려 있는 둘레길은 외할머니집 가듯 정겹다. 신수도의 화룡점정은 몽돌밭이다.
된장찌개 끓듯 자글자글 샘솟는 화음은 눈과 귀를 씻어주는 신통한 점괘다. 새벽부터 아내를 꾀어내 길을 나선다.
청널 풍차공원 앞에서 하루 대여섯 번 출항하는 도선은 10여분의 짧은 물길을 헤쳐 섬에 안긴다.
주말엔 좁은 도선이 북적일 만큼 인산인해다. 설탕 꽈배기가 담긴 할매의 장바구니가 정겹다. 몽돌 소리 들으러 간다는 노부부의 기댄 어깨가 살갑고 캠핑의 설렘을 나누는 젊은 부부가족의 장비가 장엄하다. 시끌벅적한 게 모두 일가친척인 듯 아침부터 뱃전이 훤하다.
멀어지는 삼천포 항구가 몽환의 풍경처럼 아련해질 즈음 배는 신수항에 들어선다. 섬 전체가 손을 흔들어 반기듯 출렁거린다. 명품 섬에 이름을 올린 신수도는 구릉이 예쁜 바다 정원이다. 바다를 따라 열린 약 9㎞내외의 둘레길은 숲과 해안을 넘나들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명품 조망을 선사하는 마실길이다. 게으름 피우며 3~4시간 남짓 여유를 부려도 좋다. 몽돌밭 가는 길은 시화전시관이다. 주옥같은 시편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파도가 뱉어놓은 바다의 언어들이 솜사탕처럼 속삭인다. 그 길 끝 방파제 너머로 신묘한 선율이 마음을 끈다. 교향악단의 상시 연주회가 열리고 있는 신수도의 명물 몽돌밭이다.
섣불리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몽돌밭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 오감을 맡긴다. 구슬같은 몽돌 사이로 포말이 드나들고 한 줌 바람이 뒤이어 스치더니 몽돌 건반이 일제히 경쾌한 화음을 피운다. 파도의 지휘가 사뭇 경건하면서도 묘하다. 삶의 결이 이런 거라면 일상은 한층 평화롭고 소담해질 것이다. 섬도 이곳에 와서 마음 추스르겠지? 외로우면서도 당당한 그 이유를 닮고 싶다.
신수도를 걷노라면 게으름의 역설적 가치를 느끼게 된다. 강물처럼 유려하게 자리 편 길 위엔 황토 같은 질펀한 그리움들이 묻어 있고 억겁의 세월을 안고 온 까만 기암들의 사연도 녹아 있다. 옥수수며 여름 감자가 달게 몸집을 키우는 섬 밭 너머 파란 바다가 그리움처럼 펼쳐진 신수도는 달력 속 용궁정원을 닮았다. 옹기종기 어깨를 기댄 골목 사이 빨간 대문이 손짓할것만 같아 아내는 발치에서 시선을 넣어본다. 어쩌면 섬들도 가족이 있어 자기들끼리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릉을 타고 걷는 신수도 둘레길은 호화유람선을 탄 듯 몽환적이다. 벼랑 아래로 아득히 용암 같은 파도가 솟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지중해를 닮은 삼천포 항구의 절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작은 배들이 장난감처럼 뛰어놀고 추도 바닷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열리는 신수도는 용궁 속 작은 마을같다. 팔각정 전망대에 올라서면 사천해전의 역사가 스멀거리고 삼천포 대교 너머로 용궁가는 바다 케이블카가 공상과학 영화처럼 오가며 명품 갤러리를 연출한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 엉킨 생각을 푼다.
서편제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고사리 밭 사이로 열린 미로를 따라 신수항으로 향한다. 찰랑거리며 돌아오는 밀물이 동무처럼 정겨워 명경같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자니 돌아갈 일이 성가시다. 푸성귀를 만지는 할매한테 음료수 한 병 드리니 섬이 젊게 웃는다. 그 너머로 씨앗섬, 장구섬, 아두섬이 꽃처럼 피어있다. 한 무리의 라이딩 동호인들이 바람을 가른다.
자전거 타기에도 신수도는 천국이다. 교정이 예쁜 신수분교(폐교)에서 추억 사진 한장 담고 돌아서니 아쉬움이 손목을 잡는다.
섬 같은 사람들을 태운 배는 육지라는 큰 섬으로 또 떠난다. 그리움이 곰삭는 오늘은 신수 좋은 날이다.
이용호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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