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남해지맥을 가다 [3]괴음산~송등산~호구산(3코스)
보물섬, 남해지맥을 가다 [3]괴음산~송등산~호구산(3코스)
  • 최창민
  • 승인 2023.06.0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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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가로지르는 지맥, 무성한 여름 수풀이 얼굴을 치고 길은 흐릿하다
△남해읍 평현리 평현고개→큰고개→괴음산→송등산→호구산(621m·납산)→돗틀바위→용문사갈림길(임도)→앵강고개(총 11㎞)
 
호구산을 넘어서 만나는 남해장성. 신라 말·고려 초기 섬 방어용으로 만든 것으로 1996년 시도기념물 제154호로 지정했다.

 

이 구간에는 괴음산 604m, 송등산 616m, 호구산 621m 등 남해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산들 세 개가 연달아 이어져 있다.


이러한 산맥이 때로는 암맥과 함께 거대한 주릉을 이뤄 11㎞가까이 이어지면서 등산객들은 만만찮은 산행을 감수해야 한다.

1코스 망운산, 다가올 3코스 인근의 한려해상국립공원 금산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600m고봉들이 서로 어깨를 견주는 곳이다.

남해읍 평현리에서 여수 바다 쪽 서면 서상항으로 넘어가는 평현고개를 기점으로 산 사면을 타고 올라간다.

산에 들어서자마자 길을 잃는다. 아니, 길이 없다. 지맥 특성상 길이 선명치 않다는 것을 감안해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GPS와 감각으로 겨우 길을 찾은 후, 작은 산을 하나 넘는다. 내림 길에서 시멘트로 된 임도를 만나면 오른쪽 괴음산방향으로 오른다.

길가 숲속에 빨간 꽃송이처럼 보이는 게 산딸기. 6월의 첫주 산딸기가 익는 계절이다. 붉고 달콤한 유혹 끝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돋쳐있다.

출발 1시간 만에 평평한 개활지에서 수백기를 안장한 봉성마을 평장묘원을 만난다. 그 앞에서 시그널을 확인하면서 왼쪽으로 꺾어 올라야 괴음산이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요즘 뱀이 사라졌다고 말했더니 독사가 나타났다. 땅꾼들이 전문적로 뱀을 잡는 것도 아닌데 뱀이 줄어든 이유가 뭘까. 서식 환경의 변화, 농약의 과다사용이 이유일 수도 있는데 동료기자는 창궐한 멧돼지가 뱀을 잡아 먹어서라고 했다. 독사는 ‘스르륵∼’ 자리를 피했다. 이날 산행 중 두 마리의 뱀이 더 나타났다.

얼마나 올랐을까. ‘후두두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멧돼지 5∼6마리가 언덕을 가로질러 쏜살같이 달아나는 게 아닌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멧돼지 얘기를 해서 또…,?

봉성마을 갈림길에서 괴음산으로 향한다. 힘겨운 된비알이다. 중간쯤 올랐을 때 봉성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평평한 암괴류를 만난다.

출발 2시간 30분만에 괴음산 정상에 닿는다. 화강암 대리석으로 만든 정상석이 앙증맞다. 남해읍과 바다, 내륙의 산이 조화를 이룬다. 망운산이 푸른빛으로 변할 만큼 먼 거리를 지나왔다.

정상에 서면 이어진 송등산·호구산까지는 능선을 오르내리는 구간이어서 비교적 산행이 여유롭다. 송등산까지는 1.8㎞에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남해지맥 3코스의 최고의 절경 송등산 오름길
남해지맥 3구간 최고의 풍광을 송등산 오름길에서 만날 수 있다. 거대한 암괴류와 절벽, 초록의 수목이 어우러진 최고의 뷰포인트이다.

617m 송등산 정상, 가깝게 보이는 암봉 호구산이 경이롭다. 동료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흐른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 탓이다. 가는 길 중간에 염불암·용문사로 하산하는 길이 세개가 나온다. 가운뎃길이 가장 가까운 길이다.

흔히 섬 남해가 ‘작다’는 걸 비유적으로 말할 때 “운동장에서 공을 차면 바다에 빠지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이는 남해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송등산에서 본 암봉 호구산
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보편적인 왜소성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바다와 연접해 내륙의 산 높이와는 해발이 400m는 차이가 난다는 걸 모르는데서 오는 오해다. 이번 산군을 주행하다보면 이런 착각을 불식시킬 수 있다. 남해의 산은 결코 낮지도 유순하지도 않다.

1시간을 더 진행해 봉화대가 있는 호구산에 닿는다. 한자 ‘원숭이 원’을 써서 원산(猿山)이라고 부른다. 정상석에는 원숭이의 옛말 납(나무 사이를 날라 다니는 동물)을 빌려 ‘납(猿)산’이라고 새겼다. 정작 이 산의 공식 이름은 한자 범호, 언덕구를 써 호구산(虎丘山)이다. 이곳에서 남해 사방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중에 봉화대와 앵강만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산이다. 지나온 망운산이 아스라이 보이고, 괴음산 송등산 납산까지 고래등같은 산맥이 달려온다.

 
호구산에 있는 봉수대. 뒷편이 앵강만이다.
호구산을 넘어 마지막 앵강고개로 가는 지맥에서 남해장성(南海長城)을 만난다. 신라 말·고려 초기, 방어용으로 만든 성곽으로 길이가 총 15㎞에 달한다. 1996년 경남도 기념물 제154호로 지정했다.

성은 1000년 세월, 온갖 풍상에 훼손됐지만 남은 성돌은 그것이 역사가 돼 오히려 시냇가 조약돌처럼 깨끗하다. 논밭구역에는 모두 훼손됐고 산 일부에만 남아 있다. 남해안에 축조된 성의 목적이 모두 그렇듯이 이 성 역시 왜의 진출을 막기 위한 방어용이다.

호구산에서 떨어지는 등산로는 험준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도틀바위를 비롯해 날카로운 바위들이 불규칙하게 솟아있어 한발한발 디딤발을 놓는데 신중해야 한다. 산을 내려와 용문사로 가는 임도를 만나고, 이후부터 앵강고개까지 지리한 들과 산길이 이어진다.

초여름 쭉쭉 커버린 초목이 산꾼의 얼굴을 할퀴는데다 등산로를 잃었다 되찾기를 몇 차례,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간이었다. 등산객들 사이에 “남해지맥 드나들목에서 길을 잃어 곤란을 겪는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두산 초입, 산성산 정상부근, 가청고개 위 땅두릅밭 주변, 평현고개 초입 등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남해바래길을 찾고 지맥산행도 즐기고 있는 만큼 지자체에서는 ‘등산객들의 불만’에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11㎞에 7시간이 소요된다.

최창민·김윤관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독사
숲이 차서 길찾기가 어려운 지맥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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