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조식은 누구인가
[경일춘추]조식은 누구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06.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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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순 뜻있는 도서출판 대표
이지순 뜻있는 도서출판 대표

라디오에 남명 조식(1501-1572)과 관련한 인터뷰를 할 일이 있는데 원고를 쓰고 보니 많은 부끄러움이 일었다. 조선 최고의 유학자이자 돌올한 지식인이었던 조식 선생에 대해 어떻게 입말로 답할 수 있을 것인가. 다만 조식 선생에 대해 공부해 가면서 선생의 높고 깊고 바른 사유를 전하는데 마음을 보탤 뿐이다.

조식은 1500년대 경상도 일대의 산림에 머물며 학문에 몰두 했던 은자이며 학자였다. 성리학의 이론 보다는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황과 같은 시대에 살면서 후학들을 길렀는데 당대의 학문적 위상이나 이후의 역사에 미치는 영향은 이황 이상 이었던 분이다. 칼 찬 선비로서 매우 강직하면서도 곧은 선비로 우뚝 서 있는 분이시다. 이 강직한 성품은 염결성에서 나온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끝없이 스스로를 채찍질 한 일화들은 오늘날 톺아봐도 드물고 귀한 성정이다.

그 시대에는 남명 조식을 어떻게 표현 했을까. 경상도 관찰사 이몽량이 조식을 천거한 내용을 보면 “곧고 바르며 청렴하고 결백한 사람이다. 형제와 함께 살면서 자기의 재물을 사사로이 축적하지 않았으며 집에 곡식 한 섬이 없어도 항상 태연하게 지냈다. 학문에 뜻을 두고 공부할 뿐 과거 공부에는 매달리지 않았다.” 당대 사람들의 추앙이 아니더라도 조식의 한시에서도 선생의 인품을 짐작할 수 있다. 선생은 혁대에도 글을 새겨 놓았는데 ‘혀는 새는 것이요, 가죽은 묶는 것이니, 살아있는 용을 묶어서 깊은 곳에 감추라’는 글이다. 또한 선생의 한시 욕천(浴川)에서는 ‘오장 속에서 만약 썩은 찌꺼기가 생겨난다면, 곧장 배를 갈라 도려내 흐르는 물에 띄어 보내리’라는 구절을 남겼다. 선생의 시 우음(偶吟)/사람이 선비를 사랑하는 것은(人之愛正士는) 범의 그 가죽을 좋아하는 마음이네(好虎皮相似라) 생전에 죽이고 싶어 하지만(生前欲殺之나) 사후에는 칭찬을 하는 것이네(死後方稱美라)/에서도 선생은 범 같은 선비와 강직한 선비를 바라보는 속된 세상을 한탄하고 있다.

이황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이루었지만 현대의 평가는 매우 궁색하다. 최근에서야 학문과 업적에 대해 널리 알리고자 사단법인 ‘남명사랑’에서 조식 선생의 글들을 교과서에 폭넓게 수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선생은 화려한 벼슬자리를 거부하고 후학들을 길러, 훗날 그의 후학들이 모두 일어나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일어서 나라를 지켰다. 필자의 출판사에서도 조식선생 문집 대중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도 선생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일에 적극 나서주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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