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아일랜드에서 온 선생님
[경일춘추]아일랜드에서 온 선생님
  • 경남일보
  • 승인 2023.05.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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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만 은하수초등학교 교장
이병만 은하수초등학교장


경남도교육청에서는 1996년부터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거주하는 교포 2~3세로 구성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보수가 낮고 근무 여건이 열악한 초·중등학교를 떠나 본국이나 사설학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시행 첫해 86명에서 IMF사태를 거쳐 1999년에는 2명만 남는 시기도 있었다.

현재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7개국(미국, 캐나다, 영국, 남아공,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에서 온 320명의 원어민 보조교사가 경남의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재원은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약 3:7의 비율로 분담하고 있는데, 최근 환율 문제로 양질의 인력 수급에 어려움도 많다. 이 가운데 지자체의 지원과 협조가 있어 숨통이 트이고 있다.

경남교육청에서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들의 정착 지원, 역량강화 연수, 국내 교사와의 협력수업평가 등을 통해 전문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52명을 선발해 독도 탐방을 기획,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로써 원어민들이 역사를 이해하고 대한민국의 독도 홍보대사 역할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지난 9일 아일랜드에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우리 학교로 왔다. 외국인이기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기에 주거지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인다. 그녀가 1년 동안 머무를 주거지를 구하며 ‘외국인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주인의 정중한 사양(?)을 몇 번이고 받아야 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주민이 210만명(행정안전부 2021.11.기준)을 넘어섰는데도 아직도 외국인이 불편하기만 한가 보다.

영국의 서쪽에 위치한 아일랜드는 우리와 비슷한 면이 많다. 두 나라는 IMF구제금융을 받았음에도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우리처럼 아일랜드는 약 800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특히 잉글랜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아일랜드와 한국의 역사가 놀랍도록 닮아 있고, 외세로부터 핍박받고 착취당한 눈물의 역사까지 생각하다 보니 그녀가 한국으로 오는 게 어쩌면 가족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와 닿는다. 우리 앞에 누가 방문객으로 당도하거든 그를 환대해야 한다. 그녀의 온 생을 걸어 우리나라로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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