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학 입시제도에서 농어촌전형 취지 제대로 구현돼야
[기고]대학 입시제도에서 농어촌전형 취지 제대로 구현돼야
  • 경남일보
  • 승인 2023.05.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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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함안 명덕고 교사, 경상국립대 교육대학원 윤리교육전공
이민주 함안 명덕고 교사

배려에도 공정성이 필요하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대학 입시제도에서 특혜를 받는 것이 정당한가. 미국의 정치 철학자 존 롤즈(John Rawls)는 사회 정의를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평등한 자유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불평등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은 다음 두 가지에 제한된다고 했다. 우선 최소 수혜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에 가장 높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둘째, 그 선택이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을 때 허용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농어촌 전형은 공정한 제도라고 말할 수 있는가? 농어촌 전형은 상대적으로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교육 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 학생들에게 조금 더 나은 입시 혜택을 주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농어촌 학생들은 도시에 사는 학생들에 비해 교육 뿐만 아니라 문화적 혜택을 누릴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긍정적 취지와 달리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농어촌전형의 혜택을 받기 위해 도시에서 시골로 위장 전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종종 알려지고 있다. 또한 농어촌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도시에 버금가는 경제력과 교육열을 보이는 곳도 있다. 이런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도 농어촌전형 제도가 적용된다면 최초의 취지는 많이 퇴색될 수 있다. 한편 농어촌 전형 제도가 제대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도시 속의 빈곤층의 학생들은 농어촌전형 학생들에게 밀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의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가정환경의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처한 지역이 어디냐를 기준으로 입시 전형의 혜택이 적용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악용 사례에 대비해 바꿔나가야 한다.

농어촌전형의 경우, 그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다시 농어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토 균형 발전에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다. 또한 대학 진학 시기에 생활거주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대상자를 선발할 때 부모의 소득과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주소만으로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은 공정하지가 않다.

어떤 나라에서건 고등교육이 제대로 운영돼야 그 나라의 질적 도약이 담보된다.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당국이 존 롤즈가 갈파한 바와 같이 공동체 전체의 보편적인 평등한 자유원칙이 입시제도에 적용돼야 하고 사회적 약자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어야 한다. 가장 낮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최상으로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평등만을 작위적으로 추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공정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어촌 전형의 취지는 좋지만, 제대로 된 공정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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