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벌이 사라진다
[경일춘추]벌이 사라진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5.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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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대 수필가
이덕대 수필가


오랜 친구 중에 지금도 양봉을 하며 고향을 지키는 이가 있다. 벌이 정직하듯 그도 정직한 벌치기다. 농도가 묽거나 설탕을 먹인 사양 꿀 같은 것을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고객들은 대부분 수십 년간 거래를 해온 단골들이다. 꿀이 생산되기 훨씬 전부터 연락을 해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단 한 병도 구하기가 어렵다. 작년에는 꿀을 좀 사야겠다고 미리 연락을 했지만 잦은 봄비 탓에 밀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꿀을 거의 뜨지 못했다며 팔 물건이 없다고 미안해했다.

그는 요즘 마음고생이 심한 모양이다. 정직과 무관하게 몇 년 전부터 까닭 없이 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달포 전 안부를 물었더니 최근 많은 벌들이 폐사해 이제 양봉을 그만둬야할지 모르겠다는 걱정을 했다. 며칠 전 전화에서는 양봉을 접을 수가 없어 벌을 사다가 세력을 키우고 아카시아 꽃이 많이 핀 곳으로 이동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단다. 벌이 사라지는 이유를 물으니 곤충 전문가들의 견해를 이야기한다.

그는 “관련 학자들은 ‘과도한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인한 오존층 파괴와 이에 따른 자외선의 급격한 증가로 꿀벌의 군집이 붕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심각한 공해발생 및 급격한 지구 환경변화가 벌들의 집단 폐사의 주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해충 구제를 한다면서 무분별하게 살포히는 농약의 과다사용도 환경에 민감한 벌들에겐 재앙수준의 피해를 가지고 오지 않겠냐”는 입장이었다.

오는 20일은 세계 꿀벌의 날이다. 이날은 2017년 12월 20일, 국제연합(UN)이 전 세계의 식량 생산과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정했다. 지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꿀벌의 개체 수 감소가 지구 온난화에 의한 이상기후로 벌들이 성장과 월동에 문제가 생겼으며 개화시기 변화 적응도 못한다는 것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지는 오래전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는 벌이 사라지고 나면 인류의 생명은 기껏 4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적 예측도 내놓았다. 꿀벌이 활발하게 서식하는 곳은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곳으로 여겨진다. 벌이 사라지면 꿀을 못 먹게 되는 그런 작은 문제가 아니라 인류멸절의 중차대한 사변이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곤충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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