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되기도 어렵고 하기도 어려운 교사
[경일포럼]되기도 어렵고 하기도 어려운 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23.05.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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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5월 15일은 세종대왕 탄신일이도 하고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혜와 고마움을 기리는 날이다. 글쓴이는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선생으로 41년을 마치고 지난해 퇴직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뿌듯하기도 하다. 글쓴이가 대학을 졸업한 시절에는 국가에서 국립사범대학 졸업생에게 의무적으로 모두 발령을 내어 주었다. 그리고 5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했다. 그때가 참으로 좋은 시절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가?

교사임용고시란 제도가 생기면서 교사가 되기는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다. 수 년 동안 학원을 다니면서 밤잠을 자지 않고 준비해야 한다. 그래도 되기 어렵다. 학생수는 갈수록 줄어 폐교하는 학교가 수두룩하니 교사되기는 더욱 어렵다. 학생을 가르치는 게 꿈인 예비 교사의 꿈은 이제 그냥 자고 나면 사라지는 허망한 꿈이 되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교직은 지금도 직업선호도 조사에서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직종으로 자리잡고 있다.

밤낮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교사가 되는 꿈을 이루었다고 해서 과연 그들이 기대했던 파랑새 행복과 보람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을까.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사 87%가 1년 간 사직하거나 이직을 고민했다고 한다. 또 다른 조사에는 59.4%가 최근 1년간 (매일·종종)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44%가 교권침해를 받았다고 하며 4명 중 1명이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게 평생 제자를 가르치는 게 꿈이었던 오늘날 교사들의 실상이다. 그러니 교직은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가 아닌지 모른다.

오늘날 교사는 단지 지식을 주입하는 지식 전문가일 뿐 인성교육이나 생활지도는 소신껏 할 수가 없다. 인성교육이나 생활지도를 적극적으로 하다가는 괜한 구설수에 휩쓸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관심이 상책이 된 것이다. 학생의 인권만 강조되고 교사의 교권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거기에 잡무는 태산 같고 교사들 사이 동료애도 예전 같지 않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들에게 시달리고 학교 밖에서는 시도 때도 없는 학부모들의 간섭으로부터 또 시달린다. 예전에는 자녀가 선생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고 하면 ‘참 잘했네’ 하고 선생님을 두둔하고 칭찬했지만 지금은 자녀 앞에서 선생님을 비난하고 나쁜 사람으로 자녀편을 든다. 그러니 어떻게 자녀가 선생님을 존경하겠는가. 그게 진정 자녀를 위하거나 도움이 되는 길도 아니다. 글쓴이의 어릴 적에는 담임 선생님이 가정 방문이라도 올 때면 우리 어머니께서는 안절부절 못해 하시면서 선생님을 극진히 대접하고 모셨던 일이 지금도 떠오른다. 스승의 날 아침에는 제자들이 선생님 가슴에 꽃을 달아주었고 정성어린 귀한 선물들도 드렸다. 학생들이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주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그러나 지금은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고 하면서 없애는 것이 더 낫다고 하는 교사들이 많다고 한다. 노랫말대로 진정 스승의 사랑에 고마워하고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제자들이 얼마나 많을까.

맹자의 군자 삼락 중 하나가 천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일이라 했다. 천하 영재가 아니라 할지라도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고귀하고 보람된 일인가. 의사는 한 사람의 병을 치료하지만 교사는 한 사람의 인성을 올바로 이끌어주고 지식을 가르친다. 이보다 더 값진 일이 또 있을까.

하루빨리 모든 교사들이 존경받는 세상, 모든 교사들이 진정 행복해 하고 올곧은 사명감으로 제자들을 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되기도 어렵지만 하기도 어려운 게 오늘날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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