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대한민국의 외교
[시민기자]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대한민국의 외교
  • 경남일보
  • 승인 2023.04.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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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치열한 패권 경쟁
한국, 외교 전략 수립 중요
한·미동맹, 한·중 전략관계
“모두 지키내는 지혜 필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은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 패권국가와는 충돌 또는 전쟁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한다. 기원전 5세기경 지중해의 맹주였던 스파르타가 급속한 성장으로 신흥강국으로 부상하는 아테네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펠로폰네소스 지역에서 지배 세력으로서의 확고한 위치에 있었던 스파르타의 입장에서는 아테네의 새로운 세력의 부상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기원전 5세기경 지중해 지역의 패권 싸움이 지금 동아시아 지역에서 재현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기존의 패권국 지위를 확고히 가졌던 미국이 세계사의 흐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행위자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원인이 표면적으로는 경제충돌로 보이지만, 실상은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국의 충돌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학자들은 경쟁 또한 폭력적 충돌의 새로운 범주로 보는 경향도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의 과정은 2016년 중국의 철강 제품 덤핑 수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이후 중국의 철강 산업은 급성장한다. 세계철강협회의 ‘전 세계 연도별 조강 생산량’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도에는 철강생산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50%를 점유한다. 국내 소비량을 초과하는 많은 철강생산량은 중국의 덤핑 수출 계기가 되었고, 이에 대응해 미국은 중국산 공산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은 또다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하여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트럼프와 시진핑 집권기에 극한 갈등으로 표출된다.

미·중 패권 경쟁은 경제뿐만이 아니라 국제정치, 문화, 국방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충돌하고 있다. 패권 경쟁의 하나로 동아시아에서 충돌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쿼드(Quad)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대한 견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중은 자국의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아시아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추진하고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Core interests)’ 수호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지금의 미·중 관계는 1972년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두 나라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전면적 대립의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1년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이어진 냉전 시대의 갈등 요소는 이념이나 체제였다면, 지금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신냉전의 갈등 요소는 강대국들의 욕망을 해결하기 위한 지정학적 우위 점령의 파워 게임인 것 같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지정학적으로 어떠한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 학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흑해와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나아갈 수 있는 회랑역할을 하는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이다. 미국과 나토(NATO)국가들 또한 충분히 욕심을 낼만한 위치에 있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터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로서는 지정학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동아시아의 구조적 전환기 속에 한반도가 위치한다. 패권 경쟁의 심화로 역내 국가들에 대한 자국의 세력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섭과 압력은 심화할 것이다. 중국의 급속한 발전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미·중의 갈등 심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교류 협력 의지는 무시되고 부정적 영향으로 미칠 가능성이 크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전략적으로 분리해 내는 것이 절실하나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있어 협력이 필요한 중요한 대상이다.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동시에 지켜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는 대립보다는 대화가 경쟁보다는 협력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구조적 전환기 속의 안정적 관리임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최웅환 시민기자(통일학 박사)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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