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뒤편(천양희)
[주강홍의 경일시단] 뒤편(천양희)
  • 경남일보
  • 승인 2023.04.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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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발레리나의 흉측스러운 발을 본 적이 있다.

문드러지고 비틀어진 발가락이 그녀의 화려한 모습과 너무 달라서 놀란 적이 있었다.

그의 예술에 세상이 감동할 때까지 견디어 준 저 발의 모습이 경배스러웠고 화려함의 뒤편에는 저런 힘든 부분이 있었을 줄 알게 된 때가 있었다.

더욱 좋은 때를 위해서는 지금의 고통이 필요하다.

지금 코로나의 여파와 고금리 시대에 살림살이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것도 다음 또 좋은 때를 위한 준비이며 생의 리듬을 따라서 반등을 위한 과정일 것이다.

저마다의 기도가 세상의 종소리로 울리고 신은 그 기록을 다 읽고 계실 것이다.

봄꽃이 화사하다.

겨울을 인내한 뿌리의 질긴 삶이 꽃대를 밀어 올려 더욱 돋보이며 그의 주문이 이루어지는 계절이다.

발톱이 빠지고 발가락이 휘어진 뒤편의 힘이 보이는 계절이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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