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해파랑길에서 얻은 아들과의 추억
[경일춘추]해파랑길에서 얻은 아들과의 추억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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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태 마산중부경찰서 112상황실 과장
박금태 마산중부경찰서 112상황실 과장


지난해 7월 말 휴가때 이야기다. 아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몇 가지 이루고 싶은 일들을 마무리하고 원하는 부대에 입대하는 계획을 실천 중이었다. 맞벌이 부모 아래 큰 탈없이 자라준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과 조기취업을 해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보통의 부모와 다름이 없었다. 아들과 대화의 기회를 갖고자 동해 해파랑길 트레킹을 권하니 흔쾌히 응했다.

도보여행의 묘미를 살리고자 우리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창원에서 두 시간 걸려 포항터미널로 향했다. 가는 도중 오른쪽 차창 너머로 동해안의 푸른 바다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여행가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영덕터미널은 내 고향 하동읍내 터미널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방문객임을 알아챈 식당주인은 “해맞이공원은 택시를 타고가라”고 알려주었다. 택시기사는 해파랑길을 걷는 법과 행선지 주변의 주요 지점까지 알려주셨다. 또한 30년 전 나의 군 생활시절 포항, 흥해지역에 태풍으로 산사태와 농경지 유실로 인해 민관군이 힘을 합쳐 마대자루에 모래를 넣어 제방을 쌓는 등 대민지원을 하던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하셨다. 영덕 해맞이 공원은 풍력발전기 몇 대가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안개와 넓게 펼쳐진 동해바다, 크게 밀려와 잘게 부서지는 하얀 파도는 휴가철 이전, 인파 없는 조용한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지금부터 아빠와 아들의 대화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울진 방향으로 걸었다.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장시간 차를 타고 온 탓에 피로감이 밀려왔다. 대화보다는 오늘의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해 더 신경이 쓰였다.

중간에 삼각지 나무의자에 쉬기도 하고 바다구경도 하고 서로의 사진과 바다 절경사진도 찍었다. 하나의 가방을 번갈아 메고 땀도 닦아가면서 앞만 보고 걸었다. 10㎞를 걸어 도착한 목적지 축산항. 작은 어촌 항구에 숙소를 잡고 대게관련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야경을 돌아보았다.

그날 밤 아들과 같은 방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다소 힘든 과정을 함께하는 것, 서로의 직장에 더 잘 알게 된 것, 평소 잘 안하는 사진을 찍고, 동해안의 절경을 함께 누린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관심사나 직장관련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았다. 2년 군 생활 후 다시 아버지와 함께 서해안 트래킹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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