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령사무소장

얼마 전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숙모님을 면회하고 왔다. 면회라 해봤자 찬바람 싱싱 부는 별관 비닐 천막에서 겨우 30분이 전부다. 무릎이 좋지 않아 그만 작년 추석 이후부터는 영 거동이 불편해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숙모님은 “내가 사는 길은 하루 빨리 이 요양원을 나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곳에서 목격하는 치매환자부터 누워서 꼼짝하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수시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하루도 버티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짧은 만남 속에 숙모는 무언가 쫓기는 듯 다급해 보였으며 정신적으로 쇠약해 보였다.
요즘 노년 행복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요양원에 가지 않고 자발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고통을 최소화하며 자는 동안에 돌아가시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행복에 대한 가치관도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중년의 누군가는 말했다. “행복은 예전처럼 거창하게 많은 부와 명예를 가진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특별히 이변 없는 나날들 속에 현재를 자족하는 삶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한다. 무사한 날들과 함께 하루하루가 순하게 세월이 흘러서 그렇게 순하게 끝나는 것을 소망한다”고 했다.
누구나 죽을 생각을 하면 두렵다. 죽음으로 우리들의 사랑이나 열정, 희망 모두는 소멸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어쩌면 잠깐만의 삶인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동안 열정은 어째서 삶의 매 순간마다 끊임없이 채찍질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 사랑과 열정이 삶속에 계속 함께 있는 한 하루하루가 무사하게 숨을 쉬고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 아닐까? 이처럼 행복은 더없이 작고 초라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잊고 살뿐이다.
언젠가 요양원에서 사회복무를 하고 있는 아들은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의 생활에 대해 언급하면서 “건강 챙기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이토록 소소하고 무탈한 삶이 노년까지 계속되기를 희망하며 어르신들이 더 자연스런 움직임 속에 병원신세 덜 지고 노년이 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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