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고고천변
[천왕봉]고고천변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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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별주부가 맨 처음 본 뭍의 풍경은 별유천지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와 산천경개에 취해 발랄하게 소리 한 곡조를 뽑는다. 고고천변 일륜홍 부상에 높이 떠, 양곡에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 돌아, 어장촌 개 짖고 회안봉 구름이 떴구나. 노화는 눈 되고, 부평은 물에 둥실, 어룡은 잠자고 잘 새는 훨훨 날아 든다 ~

▶판소리 고고천변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듯 이어지는 사설이 압권이다. 생경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한시나 고사가 인용되지만, 서사구조와 풍광을 연상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아 한번 배우면 쉬 빠져 나올 수 없다. 고고천변을 소리하다 보면 문득 별주부가 토끼 간을 찾아 당도한 곳이 어디쯤인지 궁금해진다.

▶작품 속 가상공간 일지언정 현실에 기대어 풀이해 보고픈 욕망은 언제나 유효하다. 신화가 소설이 되고 영화나 음악이 되며 다시 인문학적 상상력이 더해져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는 진행형이 바로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고고천변의 원조를 주창하는 곳이 여러 군데다. 사천 비토섬도 그 중 한 곳이다.

▶비토섬 전설은 별주부전 시즌2라 해도 무방하다. 원작과 달리 별주부 등을 타고 육지로 돌아온 토끼가 급한 마음에 서둘러 뛰어내리다 물에 빠져 토끼섬이 되었고, 토끼를 놓친 별주부는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북섬이 되었고, 남편을 용궁으로 보낸 아내 토끼는 목이 빠지게 바다를 바라보다 목섬이 되었다나. 화사한 벚꽃이 만개히는 비토섬에서 다음 주 별주부 축제가 열린다. 오프닝은 고고천변 한마당이 어떨까.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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