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변해야 산다. 대학도…
[경일시론]변해야 산다. 대학도…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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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 

하나의 국가 수준이라지만 미국의 50개 주(洲) 가운데 면적도 인구도 가장 작고, 적은 곳이 북동부에 위치한 로드 아일랜드다. 제주도 두개 쯤 되는 정도의 땅에 창원시민 수 정도인 100만명이 거주한다. 가장 큰 서부의 캘리포니아주와 비교하면 면적, 인구 모두 1~2%에 불과하다. 이런 약체 로드 아일랜드 주민의 지역적 자긍심은 어떤 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비리그(Ivy League)로 미국 최고 명문대학의 하나인 브라운대학교가 소재하기 때문이란다.

이 학교의 신입생은 특정 과(科)를 기준으로 선발하지 않는다. 학과별 정원이 없다. 학교에서 설정한 커리큘럼이 아닌, 3학기부터 학생 스스로가 교육과정을 설계해 전공을 선택한다. 교육의 차별화, 특성화를 지향하면서 1990년대부터 30년 이상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내 고등교육의 우수한 성공사례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사회변동에 스스로의 능동적 변화의 단적인 사례다. 갈 길을 멈추고 곁눈으로 살펴진 로드 아일랜드, 2명의 상원의원이 있다. 한반도 2배 크기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 정도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역시 상원의원은 2명이다. 인구비례로 하원을 구성하는 대신, 지역성을 대표하는 상원은 50개주 공히 각각 2명의 상원의원을 배출한다. 시사점이 크다.

가는 발걸음을 계속 뗀다. 아침에 해가 뜬다. 중천을 거쳐 저녁엔 진다. 하루 중의 기온과 환경이 다르고 기분도 바뀐다. 변동, 자연 섭리만큼이나 그 속의 사람도 변하는 것이다. 그래야 불찰없이 산다. 유교의 한 가닥, 주역(周易에)에서는 변화의 당위를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로 가르친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지속된다는 말이다. 학부모 모두가 교육전문가라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자녀교육에 정성을 쏟는다. 온갖의 희생도 감수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교육의 현실은 신통치 않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에 걸맞는 고등교육, 즉 대학교육 체제 개편이 절실한 때를 맞았다. 10대 경제강국이라 한들,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은 선진국반열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국제경쟁력 평가에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IMD는 우리의 대학경쟁력을 세계 50위권으로 진단했다. 지난해인 2022년에는 47위에 배치했다. 사회변동에 따른 대학의 처절한 혁신이 절실한데,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수용태세도 부족해 보인다. 엄연한 현실이 그렇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등장과 4차 산업혁명은 대학교육에까지 일대 쇄신을 혁신을 주문한다. 첨단의 디지털 트렌드에 부합하는 팬데믹 경험은 교육현장의 무한 변신을 부른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대학과 지방 간의 현격한 차이도 그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지방대학의 집중육성으로 그 간극을 매워야 하는 당위를 자연스레 만든다.

며칠 전 교육부가 공표한 ‘글로컬’, 글로벌과 로컬을 합성시킨 이 프로젝트에 신선한 구미가 당긴다. 지방 10여개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하여 한해 1000억원 정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눈이 휘둥그레질 큰 돈이다. 앞으로 약 5년 동안 30개 정도의 대학에 그 브랜드를 부여하겠단다. 대학혁신의 의지에 가장 큰 평가 주안점을 둔다. 계량화가 쉽지 않겠지만 대학 안팎의 행정적 칸막이 제거 등 고정적 틀을 혁파하는 도전정신도 점검의 대상이다. 지방대학 육성 기치가 또렷한 만큼 지방인재 발굴, 지역발전 기여 또한 평가항목에 들어가야 한다. 강력한 의지로 회생가치가 충분한 대학은 상상 이상의 파격 지원으로, 신입생 머릿수 셈만 염두한 안일하거나 자구의지가 박약한 대학은 과감히 정리될 때다. 시대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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