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파성 설창수 선생의 기념관을 건립하자
[경일시론]파성 설창수 선생의 기념관을 건립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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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경 객원논설위원·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김남경 


일체(一切)는 아름다워라/ 찢어봐자 형제, 씹은들 자매/ 천만천만 삼천만/ 은(銀)실 금(金)실/ 계류(谿流)는 흘러간다/ 암벽에 부디쳐 가루나도/ 다시모여 청담(靑潭)이 되다/ 천년천년 반만년/ 흘러감만 늠엄(凜嚴)하여라/…/일시(一矢)또 일시 깨어지는/ 혼돈의 조장(祖帳)이여/ 아아 살아 있도다/ 봐라 썩지 아니 하였었도다/ 소리소리 줄기줄기 모두 바다로 향(嚮)하도다/

‘민족(民族)의 바다’라는 이 병풍은 재직중이던 총장실에 있었고, 파성 설창수 선생이 시를 쓰고, 바탕 그림은 소은 박장하 선생이 그렸다. 파성 설창수 선생은 1946년 경남일보 주필과 사장을 역임했으며, 1957년부터 4차례 국제 펜클럽 한국 대표를 지냈고, 1960년에는 초대 참의원에 당선되면서 전국 문화단체 총연합회 의장에 선출됐다. 그는 1947년 동인지(등불)에 시 창평 등 4편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전국 각지에서 224차례 이상 시화전을 개최하는 등 창작활동을 왕성하게 했다. 선생은 700여편의 시와 다수 수필, 희곡을 남긴 진주지역문화 예술계의 큰 어른이다. 그의 시에서는 민족혼과 예술혼을 찾아가는 힘든 여정을 볼 수 있으며, 관념이나 틀에 벗어나 영혼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시로 표현되었다.

지방예술제의 시초인 제1회 영남예술제(현 개천예술제)를 개최했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학적 업적을 모아 진주의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파성 선생 문학관을 건립한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하다. 파성 선생은 1935년 진주공립농업학교(현 경상국립대학교) 21회 졸업생으로, 학생시절 단체에 가담하여 활동하다가 도일했고, 니혼대학에 서도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등 항일운동에 앞장서다가 치한유지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다. 평생을 통해 민족의식과 예술혼을 심어 주었고,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의식을 심어주는데 앞장 섰다. 이런 파성의 발자취는 의기사에 비문에도 남아 있어 더욱더 민족사랑을 엿볼 수 있다.

내고 박생광 화백은 우리나라 3대 근대화가 중 한 분으로 ‘한국의 피카소’와 ‘민족혼의 화가’로 불리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더욱더 파성 선생을 찾아볼 수 있다.

내고 박생광 화백은 진주공립농업학교 12회 졸업생이자, 민족의식을 고양시킨 색채 그림으로 유명한 화백이다. 이 두 분의 이야기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세웠으며, 더 나아가 민족의식과 자주주의 운동에 헌신했다. 색채 그림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내고 박생광 화백은 우리 고유의 색으로 무속화, 고구려 벽화, 사찰의 탱화와 불화로 표현해 우리 국민의 밑바탕을 알렸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한국적인 소재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파성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과 예술활동에 헌신했으며, 이를 위해 옥고까지 감수하며 민족혼을 지켜냈다.

두 분의 업적은 단순히 예술과 역사적인 의미를 넘어, 강한 의지와 열정이 담겨 있고, 우리에게 염원과 용기를 주며, 계속해서 진주가 지켜야 할 숙제이다.

내고 박생광 선생은 일본으로 유학해 일본교토 시립회화학교(현 도교예술대)를 졸업 후 귀국해 ‘청동다방’ 등지에서 설창수 선생, 진주 예술인과 교류하며 예술 활동에 매진했다.

박생광 화백과 파성 선생의 만남은 시와 그림으로도 탄생된 것으로 안다. 남강변에 설치된 파성 설창수 흉상은 2001년 10월 3일 문화예술인들의 뜻을 담아 재단법인 진주문화 예술재단에서 세웠다. ‘남강(南江)가에서’ 라는 시에서는 진양성(晋陽城)과 수동수(水東流)를/ 왜 남강(南江)으로 이름했음일까/ 아무도 모른다/…/ 천지보국(天地報君) 삼장사(三壯士)로 읊조렸던/ 왕이란 것 따로 없는 만백성의 나라/ 역사(歷史)란 얼굴을 비춰주는 푸른 거울임을 아무도 모른다/ 이와 같은 파성 설창수 선생의 울림이 될 기념관 건립을 적극 지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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