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경남연극제 '설렘 가득' 개막식
[공연리뷰]경남연극제 '설렘 가득' 개막식
  • 백지영
  • 승인 2023.03.19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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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상상창꼬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절절한 감상에 빠져들어
제상아 운영위원장 “올해 연극제의 꽃은 관객…신명나는 무대 기대”

지난 17일 오후 6시 4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 아트센터 로비. 8년만에 창원에서 열리는 경남연극제 첫날을 맞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극단 상상창꼬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 한 장면. 사진=경남연극제 집행위
극단 상상창꼬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 한 장면. 사진=경남연극제 집행위


개막식과 첫 경연작인 극단 상상창꼬의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이 연달아 진행되는 소극장 객석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날 관람권은 일찌감치 매진됐지만, 혹시나 노쇼(예약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는 행위) 표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객석에 앉아 시작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리플렛(안내문)에 인쇄된 출품작들을 살펴보며 ‘이 작품이랑 저 작품도 재미있을 것 같아’ 등 13일간 이어지는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성에서 지인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민지(50대)씨는 “매년 연극제를 보기 위해 경남 전역을 다닌다”며 “매진 공연이 많이 표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올해 연극제도 자리만 있다면 또 올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개막식은 경남연극협회 소속 정주연·장모세 배우 사회로 진행됐다.

“연극의 꽃은 배우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올해 경남연극제의 꽃은 관객입니다. 관객분들 덕에 더욱 신명 나는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

내빈 소개, 개막 선언 등에 이어 개회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제상아 경남연극제 운영위원장(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장)은 공을 관객에게 돌린 후 예정에 없던 깜짝 제안을 이어갔다.

“코로나 시기 경남연극제를 3번 치렀는데, 한 번도 개회사를 하지 못한 지회장이 계십니다. 모셔서 인사 말씀을 들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제 위원장의 제안에 공연장은 이내 관객들의 환호와 함께 공로상 수상자인 고능석 전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장을 반기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고 전 지회장은 “무대 위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3년간 말을 안 해서요”라며 “그간 카메라 영상, 줌(ZOOM), 소수 관계자 앞에서 연극제를 치렀는데 오늘은 정말 많은 분이 오셨다. 이렇게 인사말을 시켜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개막식에 이어 첫 경연작인 극단 상상창꼬의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 무대가 이어졌다.

진해 소쿠리섬을 배경으로 전해지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뻔한 설화가 되지 않도록 현대 사회를 살아가던 남자 주인공이 전생 속으로 빠져드는 설정을 추가했다.

바닷가 마을을 쥐락펴락하는 선주의 아들 ‘가우리’는 잡일꾼 ‘막쇠’의 딸 ‘선’과 사랑에 빠진다. 가족의 반대에도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의 애끓는 마음, 선주가 딸 ‘선’을 해칠까 두려움에 떠는 ‘막쇠’의 절절함…. 깊이 있는 감정 묘사가 관객을 극 중 전생 세계로 초대한다.

바다를 품은 극에 걸맞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바닥에 깔려 있는 푸른 천도 극의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다. 극이 진행되며 무대 위로 나무, 장지문, 바위 등 여러 소품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동안에도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킨다. 넘실대는 파도로 변모한 푸른 천은 ‘가우리’와 ‘선’이 재회하는 배경이 되고, 그들이 배에 올라 선주에게서 도피하려 하지만 끝내 붙잡히게 되는 원망스러운 바닷길이 되고, 끝내는 선을 집어삼키는 대자연이 된다.

선주의 아들 ‘가우리’가 한 번도 거역한 적 없는 어머니의 말에 반기를 들고, 민중 봉기까지 주도하는 등 변화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계층 간의 갈등을 담은 민중 봉기는 배경이 된 설화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지배받는 어민과 권력자 간 사회 문제를 추가해 뻔한 전설에서 탈피하고 재미도 더하자는 연출 요구에 따라 추가됐다.

김소정 연출은 “제작비 문제로 작품을 당초 구상했던 대로 100%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연극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측면을 살려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 미끄러운 천 위를 동네 뒷산인 양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극중 인물을 들어 빙글빙글 돌리고, 슬로우 모션(느린 동작)으로 전투를 하는 등 무대 위를 활보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관객 김인숙(49)씨는 “5자매가 함께 공연을 보러왔다. 앞으로 연극제 기간 매일 찾을 예정”이라며 “특히 여주인공이 열연에 가슴이 절절했다”는 감상평을 전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극단 상상창꼬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 한 장면. 사진=경남연극제 집행위
 
 
지난 17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에서 김소정 경남연극제 집행위원장이 연극제 개막을 선포하고 있다.
극단 상상창꼬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 한 장면. 사진=극단 상상창꼬
극단 상상창꼬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 한 장면. 사진=극단 상상창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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