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40]상서로운 섬, 남해 조도와 호도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40]상서로운 섬, 남해 조도와 호도
  • 경남일보
  • 승인 2023.03.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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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같은 푸른 바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
◇미륵을 도운 땅, 미조

이름 자체에서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이 풍기는 마을이 있다. 그 대표적인 마을이 미조다. 아득한 옛날 남해 금산에서 기도를 마친 석가세존이 돌배를 타고 인도로 되돌아가기 위해 금산에서 미조 쪽으로 큰 걸음을 내딛자 그 발이 바다에 빠지려고 했다. 그 순간 미조 땅끝이 길게 뻗쳐 나가 석가세존의 발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도왔다고 한다. 그렇게 도톰하게 늘어난 땅이 도톰바리이고 ‘미륵을 도운 땅’이라 해서 미조(彌助)라 불렀다고 한다. 석가세존이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미조 앞바다에 어족을 풍성하게 해 주었으며 그로 인해 미조 사람들은 늘 다양한 수종의 고기를 잡아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고 한다. 미조 땅에는 길거리에 다니는 개도 만 원짜리를 입에 물고 다녔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살기 좋은 곳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도발을 가장 잘 받는 곳 중의 하나로 남해 금산을 꼽고 있다. 이러한 인식하게 된 배경에는 이성계가 남해 금산 삼불암 아래서 왕이 되게 해 달라고 100일 동안 기도를 하자 조선 태조에 등극하도록 응답해 준 금산의 영험함 때문이라 생각한다. 금산의 영검한 기도발과 성스럽고 복됨이 넘치는 마을인 미조, 미조 앞바다 봉황새가 날아가는 형상을 지닌 상서로운 섬 조도(鳥島), 호랑이가 웅크린 형상의 호도(虎島)에서 명품 걷기클럽 ‘건강 하나 행복 둘’회원들이 안전기원제를 지냄과 함께 계묘년 첫 힐링 트레킹(걷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진주에서 한 시간여 걸려 도착한 미조항에서 조도호 여객선을 타고 10분 정도 가자 조도 작은 섬 선착장에 닿았다. 조도 작은 섬과 큰 섬은 원래 떨어져 있었는데 사주에 의해 연결된 섬이라고 한다. 사주의 북쪽은 선착장, 남쪽은 섬 주민과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수욕장이 조성돼 있다.

 
조도 바래길.
조도 해수욕장.
◇해안절벽이 봉황의 깃처럼 펼쳐진 조도

‘조도 작은 섬 선착장-나무 데크-도장게 전망대-강화유리 다리-노랑비렁 전망대-다이어트 보물섬 사업지-큰 섬 선착장-우물-산길-작은섬선착장-(호도행 배 승선)-호도 선착장-나무 테크 길-마당바위-그물 의자 전망대-사철나무 군락지-해안탐방로-호도펜션-호도마을-호도선착장’ 순으로 탐방한 뒤 미조항으로 되돌아가는 코스를 트레킹하기로 했다.

작은 섬 선착장을 지나 나무 데크 길을 따라가자 방파제 안쪽에 있는 노란 가두리양식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섬 주민들에겐 삶터지만 탐방객들에겐 아름다운 풍경으로 비쳤다. 해안탐방로 들머리를 지나자 곧바로 도장게 전망대가 나타났다. 푸른 남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가운데 어망을 연상케 하는 파란색 스틸 그물의자가 매우 이색적이었다. 남해의 바다와 하늘, 탐방객들이 품은 낭만을 엮어놓은 듯한 형상의 그물의자를 제단 삼아 제수 음식을 차려놓고 안전기원제를 지냈다. 심술이 심하던 바람도 천지신명께 삼배를 드리고 축문을 올리자 다소 수그러들었다.

음복을 마친 뒤. 봉황의 깃처럼 펼쳐진 해안절벽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했다.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는 남해 바다는 마치 호수 같은 느낌이 들어 정겨움과 함께 낭만이 서려 있어 무척 아름다웠다. 강화유리 다리를 지나 노랑비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도 정말 멋있었다. 스스로 풍경이 되어 떠 있는 쌀섬과 죽암도 곁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낚싯배가 한껏 풍치를 더해 주었다. 숲길을 따라 좀 걸어가자 세련된 모습의 건물이 하나 나타났다. ‘남해 다이어트 보물섬 사업센터’를 건립 중인데 호텔, 다이어트센터, 빌라, 카페테리아 등 다목적 시설이라고 한다. 큰 섬 선착장과 옛날 주민들의 식수원이었던 우물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걷자 묵정밭을 지키고 선 폐가 한 채가 눈에 띄었다. 낡은 대문 한 짝이 지나가는 길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 바람에 주억대고 있었다. 조도 큰 섬을 한 바퀴 돌아 작은 섬 선착장에 되돌아와서 점심을 먹은 뒤 조도호를 타고 이웃 섬인 호도 선착장으로 향했다.

 
호도 마당바위.
호도의 해안절벽.
◇호랑이의 기운이 서린 호도

호도에 닿자, 맨 먼저 필자 일행을 반겨준 것이 모노레일이었다. 산 중턱에 사는 호도마을 주민들이 이동할 때 이용하는 모노레일, 얼마 전 사고가 나서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데도 멋진 풍치는 그대로 살아있었다. 섬 우측으로 난 둘레길은 나무 데크 길로 시작했다. 해안절벽을 따라 놓인 500여 미터의 데크 길을 올라가자 학교 운동장만한 마당바위에 닿았다. 마당바위 앞에 펼쳐진 바다와 섬 풍경은 정말 절경이었다. 조도 둘레길을 걸을 때 따라다니던 바람은 기원제 덕분에 잠잠해졌고, 따뜻한 봄기운이 호도 둘레길 길섶에다 쑥과 광대나물꽃, 봄까치풀꽃을 전시해 놓았다. 봄꽃들이 탐방객들의 발걸음에 활기를 돋우어 주는 것 같았다.

데크 길이 끝나는 곳에 설치해 놓은 전망대의 그물 의자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사철나무 군락지와 숲길 탐방로를 걸어서 호도마을에 도착했다. 폐교된 미조초등학교 호도분교는 여러 학년 20~3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교사 한 명이 가르쳤다고 한다. 주인을 잃고 텅 비어 있는 폐교에서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풀처럼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최영 장군의 위패를 모신 무민사.
호도 선착장에서 다시 조도호를 타고 15분 정도 걸려 미조항에 도착했다. 미조초등학교 건너편, 최영 장군의 위패를 모신 무민사에 들러 참배를 드렸다. 고려말 충신이자 명장인 최영 장군이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쌓았다는 죄목으로 이성계에 의해 처형을 당했다. 그때 장군은 ‘만약 내 평생 탐욕이 있어 남의 것을 탐했다면 내 무덤에 풀이 자랄 것이고, 결백하다면 내 무덤에 풀이 자라지 않을 것이다’란 말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했는데, 장군의 무덤에선 풀이 돋지 않았다고 한다. 권력자에게 죽임을 당한 뒤, 금산과 남해를 지켜주는 신이 된 최영 장군의 충직한 모습을 차창에 떠올리며 아름답고 성스러운 마을, 미조를 떠나왔다.



박종현(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묵정밭 사이에 있는 폐가 한 채.
전망대에 설치해 놓은 그물의자.
죽암도 옆을 지나가는 고기잡이배.
해안절벽 바래길을 걷어가는 탐방객.
가두리 양식장.
사철나무 군락지 바래길.
조도호를 승선하고 있는 탐방객들.
호도 모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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