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조선 망국사에서 오늘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경일시론]조선 망국사에서 오늘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3.1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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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지금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요즘 우리나라가 과거에 걸었던 패망의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론은 분열되고, 상호간 불신이 만연하다. 국민은 피폐한 삶으로 고통이 배가되는데도 지배층은 권력다툼에만 열을 올리는 상황이 패망했던 조선이 걸었던 길과 꼭 닮아 있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 현상이 있다. 먼저 국민들의 삶이 힘들어진다. 지배층의 사욕과 비리, 범죄, 일탈이 판을 친다. 지배층 간에 갈등과 대립이 심화된다. 국민들도 서로 불신하게 된다. 민심이 이반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정세 마저 오판한다. 조선이 망할 때 이같은 전조가 나타났다. 조선은 망국(1910년) 징후가 400년 전부터 나타났음에도 방치했다. 조선은 1500년대 후반부터 망국의 길을 걸었다.

전조는 이러했다. 1500년대 후반부터 흉년이 잦았다. 이런 와중에 전염병까지 창궐했고, 탐관오리들의 수탈은 갈수록 심해졌다. 굶어서, 병들어서 죽는 백성이 천지였다. 백성의 삶은 최악이었다. 지배층은 서인과 동인으로 갈려 대립하고, 국가의 안전과 백성의 삶은 뒤전이었다. 권력을 잡기 위한 싸움에만 골몰했다. 자기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공정과 상식, 정의를 팽겨쳤다. 국익과 백성의 삶 보다도 당파 이익가 먼저였고, 사익이 우선이었다. 정치적·사회적 불안이 심했다.

임진왜란 발발 전 1590년 일본에 파견된 통신사의 엇갈린 보고는 ‘조선은 망할 수 밖에 없었다’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알려준다. 서인인 정사(황윤길)는 “일본은 반드시 침략할 것”이라고 했고, 반면 동인인 부사(김성일)는 “침략 정황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성일은 같은 당파인 동인들에게는 “일본은 쳐들어 올 것이다”고 했고, “서인이 쳐들어 온다고 하니 우리(동인)는 이를 반대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게 당시 지배층의 의식이었다. 나라와 백성의 위기는 그들에게는 관심 밖이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망국 전조가 더 심했다. 왜란과 호란 등 망국에 버금가는 위기를 겪었음에도 지배층의 의식은 변하지 않았고, 백성의 삶은 더 힘들어졌다. 동인은 북인과 남인, 북인은 대북과 소북으로 분파됐다. 서인은 노론과 소론, 노론은 시파와 벽파로 나눠졌다. 당파들의 대립과 갈등은 더 심해졌고, 종국에 세도정치로 변질돼 국정이 농락됐다. 망국 직전 지배층은 외세에 빌붙어 제 살길 만 찾았다. 국내 상황은 물론 국제정세 마저 오판했던 탓에 조선은 일제에 병합되는 경술국치(1910년)를 당했고, 결국 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과거 1500년대 후반부터 망국까지 조선이 걸었던 길을 답습하고 있다. 광복 이후 보수와 진보 진영이 지금은 보수가 친윤·비윤·반윤, 진보는 친명·비명·반명으로 갈려 ‘니 죽고 내 살자’식으로 싸운다. 여기에 국익과 민생은 없다. 정치권은 이를 부추기고, 국민들도 합류해 서로 싸운다. 국민은 갈갈이 찢어졌고, 상호간 적대감을 넘어 적개심이 가득하다. 공정·상식·정의는 실종됐고, 최소한의 부끄럼 마저도 없다. 정치·사회적으로 세기말 상황이다. 수출 감소에 따른 무역적자가 날로 커지고, 경제 침체는 고착화됐고, 빈부와 소득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겹쳐 서민의 삶은 도탄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 도발과 중국 압박은 더 심해지고, 미국과 일본 역시 자국우선주의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제적으로도, 정치·사회적으로도 불안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내외적으로 총체적 위기다. 그럼에도 임진왜란 직전 자파와 자기 이익을 위해서 거짓을 일삼는 보고한 현대판 김성일 같은 인물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자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행했던 역사가 또 반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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