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5]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5]
  • 경남일보
  • 승인 2023.03.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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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지꽃
엊그제 비가 내리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었지요? 이처럼 이른 봄에 찾아오는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한다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앞서 꽃샘추위가 ‘이른 봄에 마치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듯한 추위’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려드린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말로 ‘잎샘추위’라는 말도 있고 두 말의 앞을 모은 ‘꽃샘잎샘’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도 알려드렸습니다. 꽃샘추위 때 우리로 하여금 추위를 느끼게 하는 차갑고 매서운 바람을 ‘소소리바람’이라고 한다는 것도 알아 두시면 쓸 일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추워도 추위가 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추위 속에서도 갖가지 꽃이 피고 싹이 돋는 걸 보면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모든 것이 깨어나 살아 숨 쉬는 봄을 맞아 이맘 때 흔히 보게 되는 꽃 이름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 꽃은 날씨가 쌀쌀해서 봄을 느끼기에는 좀 이르다 싶을 때부터 피기 비롯하는 꽃입니다. 그러니까 따뜻한 곳에서는 벌써 피어 있는 것을 보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보이는 조그만 보랏빛 꽃잎이 예쁜 꽃이랍니다. 사람들이 흔히 ‘봄까치꽃’이라고 해서 참 이름이 예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그 꽃을 ‘봄까치꽃’이라고 했을까요?

흔히 ‘까치’를 두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새라고 하니까 봄을 알리는 까치와 같은 꽃이라는 뜻으로 그렇게 불렀을 거라는 풀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좀 더 그럴듯한 풀이가 있습니다. 제가 앞서 이 꽃이 사람들이 봄이라고 느끼기 앞서 핀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것만 놓고 보면 앞의 풀이도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이 꽃이 언제까지 피는지를 알고 나면 좀 다른 풀이가 나옵니다. 이 꽃은 이른 봄에 피기 비롯해서 봄이 끝나고 날씨가 더워질 무렵이 되면 더는 피지 않는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봄까지만 피는 꽃인 것이죠. 그래서 ‘봄까지꽃’이라고 했는데 그게 소리가 바뀌어 ‘봄까치꽃’이 됐다는 풀이가 있습니다. 좀 더 그럴듯한가요?

봄이 비롯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봄까지만 피는 꽃 ‘봄까지꽃’, 참 멋진 이름입니다. 이런 풀이를 듣고 그럴듯하지 않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꽃’이 아닌 맺힌 ‘열매’ 모양을 보고 지은 예쁘지 않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꽃이랍니다. 여기서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나라를 잃었을 때 일본 식물학자가 붙인 이름을 그대로 뒤쳐 번역한 말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니 앞으로는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말고 ‘봄까지꽃’이라는 예쁜 이름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둘레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까지꽃처럼 우리 마음에도 예쁜 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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