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제철소 건설현장의 기억
[경일춘추]제철소 건설현장의 기억
  • 경남일보
  • 승인 2023.03.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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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태 마산중부경찰서 112상황실과장
박금태 마산중부경찰서 112상황실과장


약 30년전으로 기억한다. 고향집 가까운 곳에 ○○제철소 냉연공장 건설이 한창이었다. 갯벌을 매립해 제철소를 건설하는 현장에는 전남광양, 경남하동 등 주변지역뿐만아니라 전국에서 철골작업, 목공, 콘크리트 등 현장 근로자들이 모여들었다.

고교졸업 후 입대를 앞둔 나는 전공과는 별개로 일당을 후하게 주는 제철소 건설현장에서 친구와 함께 약 1년간 철골뼈대 조립하는 일을 했다. 입대 전까지 짧은 기간 돈을 모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루 일과는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됐다. 새벽녘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서 당시 40~50대 동네어른들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약 20㎞떨어진 광양제철소 건설현장에 도착했다. 10여명 모여든 우리 볼팅팀은 안전모와 고공에서 추락을 방지하는 안전벨트를 매고 철골 기둥의 손잡이를 잡고 올라가 볼트를 끼워 인팩트라는 기계로 철골을 체결하는 일을 했다.

점심시간에는 철골 지붕에서 지상으로 오르내리기 힘들어 바닷바람이 부는 지붕에서 점심을 나눠먹던 기억도 있다. 오후 6시께 다시 출퇴근카드에 도장을 받고 다시 한팀을 이룬 동네 어른들과 승합차를 타고 귀가하는 일이 반복됐다.

동네어른들 중에는 약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섬진강 하류의 작은 횟집과 내부 테이블이 있는 슈퍼는 퇴근길에 빠지지 않고 들리는 코스가 됐다.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수 없는 것처럼 가게에 드나들었다.

비가 오는 날은 노출된 곳이다 보니 현장일을 멈춘다. 장마철이 아닌 경우 비가 오더라도 출근은 하는 편이었다. 이를 좋게 생각해 주신 회사 관리자들은 근로자들에게 비를 맞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일감을 내어주고 그에 맞게 일당의 일정부분을 지급하며 근로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었지만 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늘 격려해 주던 회사 직원들과 동네 어신들, 그리고 함께한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현직 경찰이지만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고뇌를 체험으로 느껴서 알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사회에는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사회는 어느 몇몇 분야만 각광을 받고 발전해야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골고루 잘 사는 사회가 진정한 사회일 것이다. 니편 내편 가르지 말고 서로 인정해주고 존중하는 사회가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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