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지방소멸 방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아침논단]지방소멸 방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3.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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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가장 단시간에 달성한 나라이다. 그러나 압축성장으로 인해 지속발전가능성에서 많은 위협요인이 발생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한다. 지난 2월 23일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경상국립대에서 ‘지방시대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진주시와 사천시 관계자들도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기업 본사의 75%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상위 1% 근로소득자 10명 중 8명이 수도권 직장에 다닌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이 포진해 있다는 얘기다. 양질의 일자리 남방 한계선이 대전에서 천안, 수원, 판교로 북상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도권은 인구가 점차 늘고 있는 반면 비수도권은 인구가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지방 공동화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지방소멸의 위기가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대학도 신입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023학년도 수시·정시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대규모 추가모집에 열을 올려야 했다. 경쟁력을 잃은 84개 한계대학 중 62개(74%)가 비수도권에 있다. 지방대학은 물론 지자체까지 신입생 확보에 사활을 걸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이 교육부에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예산집행 권한이 2025년 교육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다. 교육부가 지난달 1일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의 지원체계(라이즈·RISE) 구축사업’은 교육부가 쥐고 있는 대학 지원사업 예산 중 절반 이상의 집행 권한을 2025년부터 지자체로 넘기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13개 광역시도 중 경남을 비롯한 7개 지역이 선정됐다. 세계적 수준의 특화 분야를 지닌 ‘글로컬 대학’ 육성 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비수도권 대학 30여 개를 선정해 한 곳당 5년간 1000억원씩 지원하고 각종 규제 특례 혜택도 제공해 ‘세계적인 지역대학’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산지원과 규제 특례 못지않게 진정한 지역 주도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혁신과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 촉진, 공공기관 이전, 지역 맞춤형 창업·혁신 생태계 조성, 지역특화형 산업 육성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약 하에 지역산업, 대학, 지자체 등과 연계하여 인재를 육성하는 ‘지역인재투자협약제도’ 도입 등으로 ‘지방대학 시대’를 본격 추진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수도권 편중과 지방소멸의 가속화였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중병에서 회복하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더 강력한 ‘차별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아니라 강력한 지방 인센티브로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지역과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수 있다.

대학의 혁신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인사, 재정, 시설과 기자재에서의 혁신과 제도 개혁을 서둘러야 하며 특히 학과·단과대학·대학 간 칸막이를 최대한 낮추고, 지역사회와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그리고 대학이 같은 생각으로 유기적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우동기 위원장은 특강에서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기본방향에 대해 “지방이 주도적으로 국민행복 증진과 국가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모든 국민이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정의가 실현된 사회”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국가거점국립대학 총장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지방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지역대학, 특히 경상국립대를 비롯한 9개 국가거점국립대를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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