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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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3.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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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최근 진주지역에서 나온 시집들(1)
전국적으로 시집 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시집뿐만 아니라 소설집, 수필집, 동화 동시집 등도 줄지어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늘어난 문학잡지, 창작강좌, 창작지원제도 등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진주 시인들의 작품집들도 이에 질 세라 우후죽순처럼 키재기하듯 속출하고 있다. 크게 보면 좋은 일이다. 도경회의 ‘데카브리스트의 편지’, 정삼희의 ‘판도라 여인’, 최영효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정준규의 ‘저절로’, 박진옥의 ‘매니에르’, 정수월의 ‘열세번째 초록’, 이진주의 ‘몰래 들여다보며 꼬집고 싶다’, 함종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후’, 벼리영의 ‘들꽃 여인’, 정동교의 ‘낚싯밥 올려주는 저물녘’, 박기원의 ‘마추픽추에서 온 엽서’ 등이다.

도경회 시인은 산청 신안면 출신으로 경상대학교 간호대학 출신이다. 대학 다닐 때 동인회 ‘돌층계’에서 활동했다. 현재 가톨릭마산교구문인회 회장으로 있다. 2002년 계간 ‘시의 나라’로 등단하여 그간 시집으로 ‘노래의 빛’, ‘외나무다리 저편’, ‘말을 걸었다’를 출간했고 최근에는 ‘데카브리스트의 편지’를 내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도 시인의 시는 섬세한 언어로 토속적인 시골 여인의 정서를 대변한다.

“등잔불 졸음 졸음 눈 감아도/ 삼을 삼는다/ 잠투정 심한 젖먹이 위로/ 눈꺼풀에 튕개를 준 별 내려와/ 홑이불 한 장으로 덮이고 있다// 삼을 째는 고운 잇바디/ 풀물 들어 풋내 짙은 입김이 마냥 어질다/ 햇볕에 그을지 않은/ 제릅대 같은 흰 무릎 세워/ 아리아드네의 실을 잇는다”(나무실의 직녀)

이런 산청골에서 보고 익혔던 어린 시절 어머니들의 삼 삼기, 잇바디로 삼 째기, 잠투정 젖먹이 안고 길쌈한다는 일은 아련한 지나간 날의 추억이자 일상이었다. 그 풍경은 우리네 시골이 가지는 보물 같은 정경이다.

그는 간호대학을 나왔으니 직장은 대학병원이었고 고된 날이지만 나이팅게일의 옷소매로 여미고 사는 천사였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경남지역 가톨릭문인회 회장으로 있다는 것이 지역사회로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 시인이 최근 바이칼호수와 러시아 혁명가들의 유형지인 데카브리스트에 다녀와서 쓴 시가 ‘데카브리스트의 편지’이다. 혁명가들은 고향의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혁명가들은) 조국이 /우리에게 미안해야 된다는/말 대신/ 언 땅 일구어 씨앗을 넣는다고/ 쓰고 있구나// 햇살 한 가닥/ 바람 한 자락/ 구름 한 조각/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어서// 무명지 깨물어 가슴에 쓴다”는 사연이 애절하다.

유형지 탄광의 갱에서 불어나오는 바람결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그것은 아득한 옛날 우리 겨레가 지나가며 내쉬던 숨소리일지도 모른다.

정삼희 시인은 진주문인협회 중견이다. 2002년 ‘문예한국’으로 등단하고 시집 ‘내 마음의 도피처’ 등 8권을 출간했다. 최근 시집은 ‘판도라 여인’이 있다. 그간 가곡 작사에 힘을 쏟았다. ‘경남의 노래’, ‘남강의 노래’, ‘진양호’, ‘얼레지’, ‘지리산 철쭉’, ‘비봉산’, ‘만남 그리움 이별’, ‘잘비산의 그리움’, ‘진주 달개비 꽃처녀’, ‘아미랑 인연’ 등이 선을 보였다. 마산 창신대 소방방제학과 외래교수를 지냈고 지금은 지리산 아래 ‘여단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유성이 골짝마다 떨어지는 이곳/ 전생에 무슨 죽을 죄 지었기에/ 도시를 버리고 유배길 올랐나/ 살아생전 같이 산 시부모님/ 언덕빼기 누워 바라보는 이곳/ 움막 한 칸 마련해/ 현대판 시묘살이 시작되었다”(현대판 시묘살이) 시인이 귀향한 장소가 시묘살이를 방불케 하는 것이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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