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미친뿌리’라고 불리는 식물병
[농업이야기] ‘미친뿌리’라고 불리는 식물병
  • 경남일보
  • 승인 2023.03.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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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영 경남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업연구사
지난 2015년 국내 파프리카 재배농가들 사이에서 ‘Crazy root’, 즉 미친 뿌리라고 불리는 병이 발생했다. 이 병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파프리카 뿌리가 미친듯이 자라 대부분의 영양분이 뿌리로 이동해 착과가 불량해져 수확량이 줄어드는 병이다. 이러한 증상이 처음 발생했을 때는 뿌리가 잘 자라니 농가들은 병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 순간 뿌리가 과도하게 발생하고 수확량이 줄어들자 농가의 걱정거리가 됐다.

‘미친 뿌리’라고 불리는 ‘뿌리이상비대병’은 1993년 영국의 수경재배 오이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이후 네덜란드, 벨기에, 러시아, 일본 등에서 발견됐고 ‘미친 뿌리’ 또는 ‘위험한 뿌리(Hairy root)’라고 불리며 확산되고 있다. 경남지역에서는 최근에 수경재배작물인 파프리카에서 처음 확인됐고 원인균인 ‘Agrobacterium’이 분리됐다.

작물에 상처가 생기면 ‘Acetosyringone’ 물질이 생성되는데 병원균이 이를 인지해 식물체에 병을 발생시킨다. 이 병은 Agrobacterium 세균에 의해 야기된다. 병원성 기작은 세균의 염색체인 T-DNA가 식물 염색체에 삽입돼 식물호르몬의 과도한 분비로 뿌리가 비대해진다. 식물체를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좀비에 감염됐다고 볼 수 있다. Agrobacterium이 식물의 염색체에 T-DNA를 삽입하면 식물은 죽을 때까지 오핀과 식물호르몬을 비정상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병원균은 발생경로가 밝혀지지 않았고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농가의 불안과 경제적 손실을 증대시킨다. 따라서 뿌리이상비대병을 조기에 진단해 병 확산을 막고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외에서는 뿌리이상비대병 방제를 위해 Iodine계열, sodium hypochlorite(차아염소산나트륨)계열의 약제를 정량펌프를 이용해 양액에 배합해하여 식물체에 공급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같은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소독제의 경우 쉽게 산화되는 문제점이 있고 식물의 뿌리에도 손상을 주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농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남도농업기술원 병해충연구팀은 뿌리이상비대병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해 특허출원 중에 있다. 또한 뿌리이상비대병에 대해 효과적인 약제선발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항생제 등 화학적 방제약제 뿐만 아니라 길항균주 선발 및 적용방안도 모색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뿌리이상비대병에 효과적인 방제제가 개발돼 병 확산 방지와 농가의 소득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인영 경남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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