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동결융해침식 산지재해 대비 필요
[경일포럼]동결융해침식 산지재해 대비 필요
  • 경남일보
  • 승인 2023.03.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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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해마다 봄이면 필자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무너지는 것들을 우려해왔고 또 지면을 통해 경고해왔었다. 늘 대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즈음 전국을 다니며 땅밀림, 산사태 등 각종 산지재해지를 돌아보면서 위험한 지역을 감지하고 찾고 대비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을 하는데, 요즘 그러한 현상이 예년에 비해 더욱 많아지고 있다. 더구나 땅이 얼었다 녹으면서 무너지는 현상에는 지하수의 영향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이 특히 추운 시기에 더욱 심한데, 이러한 현상이 이상기후와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다. 30여 년 동안 이 연구를 했지만 최근 2~3년에 걸쳐 더욱 심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땅밀림이나 땅꺼짐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 추운 겨울 동안 지표에 가까운 지하수가 동결됐다가 녹으면서 땅밀림이나 땅꺼짐 또는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축대와 더불어 뒷산 자락이 무너지면서 축대벽이 밀리며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개발사업으로 절취한 산지토양을 흙덮기한 곳에서도 붕괴가 발생하는 시기가 이때다. 우리가 흔히 주변의 산에 가보면 얼음기둥에 토양입자가 매달린 것들을 쉽게 보는 시기기도 하고, 또 이런 얼음기둥이 녹으면서 토양이 쓸리는 것이 아주 작은 동결융해침식(Solifluction)의 기작인 것이다. 이런 작은 일들이 산지 내부에서는 커다랗게 발생하고 있다. 땅속의 공극이나 물길에서 얼었던 물이 전방위적으로 녹으면서 땅밀림이나 땅꺼짐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산지재해가 인가 주변에서 발생한다면 인명 손실과 재산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여름철 장마기, 태풍 등의 호우와 집중강우 등에 의한 산지재해에 그 중요도를 두고 관리했다면 이제는 봄철 동결융해침식에 의한 땅밀림, 땅꺼짐도 심각하게 관리돼야 할 산지재해다. 그 모두가 기후변화에 의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약하게 발생해오던 현상들이 보다 심화하고 그 피해가 속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산지 현장에서 이런 현상들을 연구하면서 무엇보다도 기후변화에 따른 산지재해가 1년 내내 발생하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 발생패턴의 당연한 상식이 파괴되는 것이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 예를 들어 남부지방에서는 2월에서 3월 사이 그리고 중부 지방으로 올라가면 3월에서 4월 사이, 그리고 강원도 같은 더 추운 곳에서는 늦은 4월, 5월까지도 이런 동결융해침식으로 인한 붕괴, 땅밀림, 땅꺼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또 그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에서도 산지재해예방단을 여름철 집중호우, 장마시기에만 편성하지 말고 봄철에도 그 조직을 소규모라도 편성해 감시와 예방 그리고 홍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뜸하게 발생하던 것들이 빈도가 높아지고 많아진다면 이는 그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산지재해의 방향이 확대되고 발전하고 있다는 징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지역은 산지를 개발하고 복토한 지역, 과거 땅밀림이나 그 징후가 예견되던 곳 등 산자락에 접해 가옥이 조성된 곳에서는 특별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연구하고 조사하던 곳들이 대부분 이러한 지역에서 동결융해침식으로 인한 붕괴, 땅밀림, 땅꺼짐이 발생하는 게 목격되었기 때문인데, 그 피해는 인명, 재산상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기 때문이다. 이제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과거 수시로 발생하던 산지재해는 기후변화로 겨울철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도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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