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운동 100년 결산좌담회] 형평, 오늘의 자산으로 새로 써야
[형평운동 100년 결산좌담회] 형평, 오늘의 자산으로 새로 써야
  • 임명진
  • 승인 2023.02.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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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는 진주에서 일어난 형평운동 100주년을 맞아 신년기획으로 매주 1회에 걸쳐 이를 재조명하는 기획시리즈를 7회에 걸쳐 연재했다. 최초의 인권운동이라는 지역의 훌륭한 역사적 자산을 되짚어 보면서 도시의 가치를 한층 높혀 나가자는 취지다. 기획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취재과정에 도움을 준 형평운동기념사업회와 진주시, 진주시의회, 학계 관계자를 초청해 결산 좌담회를 마련했다.

◇일시·장소 : 2월 21일 오후 2시, 경남일보 본사
◇진행 : 김지원 편집부장 직무대행
◇참석자 : 김중섭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신종우 진주시 부시장, 양해영 진주시의회 의장, 이곤정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가나다 순)


-우선 바쁘신 가운데 소중한 시간 내주신 점 감사드린다. 경남일보가 신년기획으로 보도한 형평운동 100주년 기획 기사의 취지는 결국 우리가 진주라는 도시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냐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획기사의 성과와 의미를 평가한다면?

 
신종우 진주시 부시장
▲신종우=형평운동은 공평한 세상을 바라는 진주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사회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00년 전 진주 사람들은 지금 이 시대의 화두인 공정과 상식을 염원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서로 닿아 있다. 형평의 저울처럼 공평하다는 역사적 의미를 전 시민들에게 알리고 그 뜻을 한 번 더 되새기게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의병이나 농민운동 등 진주에서 일어난 실천적 시민정신이 바탕이 돼 일어난 인권평등운동을 다시 일깨워 준 기사였다. 약자에 대한 관심 역시 배려와 존중, 나눔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방법이 형평 정신의 계승이라고 본다.

▲양해영=지역에서 일어난 형평운동의 오랜 역사와 참된 가치를 많은 시민이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형평운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운동이지만 지역에서 그 참된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활동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2009년 6월 당시 제5대 진주시의회에서 형평사상을 시민의 인권보장제도로 안착시키기 위해 ‘진주시 인권조례’를 대표 발의했던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달랐다. 100년을 맞은 올 해가 어느때보다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김중섭 교수=아무리 중요한 역사가 있더라도 그 역사를 시민들이 알지 못하면 가치를 담기 어렵다. 형평운동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이 시작된 70주년 당시에 많은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형평운동이 뭐냐’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교육도 중요하고, 현장에서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언론에서 알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동안 경남일보가 보도를 통해 형평운동을 주목해 준 점, 마땅히 해야할 언론의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1996년 형평운동기념탑 건립 당시에 지역언론들이 형평운동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15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지역언론이 역사의 기록자로서 역할을 계속 해주길 부탁드리고 싶다

▲이곤정=형평사 창립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또다른 이름으로 차별이 남아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번 시리즈는 형평운동의 역사적 고찰을 시작으로 해서 인간존엄과 평등정신이 필요한 현실에서 또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점까지 제기했다.

그동안 우리 기념사업회는 형평운동 발상지인 진주시가 인권도시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계속 제시해 왔는데 진주시가 인권도시로 지향해야 할 과제 제시까지 잘 정리를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질문은 앞으로 형평정신을 이어나갈 방안에 대한 현재 우리들의 숙제에 대해 의견을 여쭤보고 싶다. 형평운동100년을 맞았지만 전국은커녕 진주시민조차도 아직 형평운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사라져 가는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전승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

 
이곤정 형평기념사업회 이사장
▲이곤정=진주는 교육도시부터 문화예술 도시, 최근에는 유네스코 창의도시까지 브랜드가 많은 도시다. 그 중 진주정신의 맥을 잇는 브랜드가 가장 중요한데 인권과 관련한 기념 조형물과 유적지가 있는 도시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100주년 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쳐선 안되고 전국적으로,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인권도시로 조성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흩어져 있는 형평기념 유적과 조형물을 재정비하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어떤 곳인지 알수 있게끔 안내해야 한다. 100년을 맞아 형평인권상 시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형평인권상 조례 제정과 형평기념관 건립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중섭=학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제대로 된 ‘진주학’ 연구가 필요하다. 오늘날 지역연구를 하는 곳이 굉장히 활발해 지고 있다. 남명선생이나 의병활동, 농민항쟁, 거슬러 올라가면 가야시대, 청동시 시대에 이르기까지, 진주는 연구꺼리가 많다. 전 이걸 총체적으로 ‘진주학’이라고 부른다. K-기업가 정신도 진주학이다. 왜 진주에 기업가들이 많았고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기에 훌륭한 기업가로 성장했는지 연구를 해야 한다. 남명사상, 형평운동, 기업가 정신 등은 결국 진주정신의 뿌리로 이어진다.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것이다. 오늘날 다양성의 사회에서 차별 없는 미래세상으로 나아가자는 형평운동 만큼 진주라는 도시를 돋보이게 하는 콘텐츠는 없다고 생각한다.

 
양해영 진주시의회 의장
▲양해영=진주는 시간이 빚은 도시라는 생각이다. 진주만의 가치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꾸준히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의회는 형평운동이 지향하는 공평과 애정, 그리고 교육장려의 정신이 내실있게 시의 정책에 반영되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세대가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평운동 100년을 맞는 올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업들이 진행될 예정인 만큼 의회도 그 정신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콘텐츠 발굴에 적극 동참해 나가겠다.

▲신종우=지역의 역사를 문화·관광자원으로 다듬는 작업 또한 역사를 잇는 중요한 일이다. 기업가 정신마을로 이름나기 시작한 지수면 승산마을을 비롯해 소망진산에 조성한 유등공원 등도 역사자원을 관광자원으로 잘 이어가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진주시는 올해 법정문화도시 예비도시 과정을 풀어나가고 있다. 공식 법정문화도시가 되기 위해 적정문화라는 주제로 골고루 문화를 누리는 도시를 추구한다. 형평의 주제인 평등과 공평, 인권의 문제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주제라 생각한다. 어떤 역사든 그것을 이어가려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형평운동은 학계, 기념사업회 등 일부에 한정된 것이 사실이다. 단기간에 그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런 작은 사업들 하나하나부터 실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보편적 인권운동의 시초인 형평운동 100년의 가치를 진주인 스스로도 모르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앞으로의 인식개선을 위해 형평운동과 교육의 연계는 필연적인 과제일 것 같다. 미래세대인 청소년 교육에서 ‘형평’을 아는 진주시민으로의 성장을 위한 좋은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지 제안부탁드린다.

▲양해영=미래세대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주교육지원청에서 형평운동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형평운동지역사 교재를 개발 보급하고, ‘2023형평운동 아카데미 100’이라는 특색 교육활동을 진행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100주년을 맞아 굉장히 주목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도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평운동에 대한 인식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진주시도 산하 단체에 형평운동에 대해 소개하고, 관련 교육자료들을 보급한다면 우리 지역에서 일어났던 형평운동이 학생과 공무원,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종우=형평운동의 교훈은 공평한 사회을 추구하고, 약자에 대한 애정이다. 미래세대인 지역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 시대 화두와 맥을 같이 한다. 굳이 형평운동이라고 하지 않아도 교육계에서는 반드시 교육해야 할 과제들이다. 다만 형평운동이라는 낯선 용어보다는 교훈을 중심으로 교육현장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미 진주교육지원청에서 특색과제인 진주사랑 실천교육을 통해 형평운동을 교육하고 있고 교재도 발간됐다. 지역시민사회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 등에서 지역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사업들을 하고 있고 시에서도 이런 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이곤정=오늘날은 백정 대신 차별받는 약자가 있다. 여성과 아동,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한부모 가정, 미혼모, 장애, 피부색, 성 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지역 등에 대한 차별을 타파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그 일환으로 매년 초·중등 대상 형평운동을 주제로 유튜버 공모사업과 형평유적지 체험답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진주교육청과 연계해 ‘학습권’이라 주제로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청 관계자를 패널로 한 ‘형평인권포럼’을 개최했다. 향후에도 학생들에게 형평정신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교육청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들을 기획하고 펼쳐나가겠다.

 
김중섭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김중섭=형평운동의 역사는 어느 특정한 집단의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자체와 의회, 시민단체, 학계의 구성원이 같이 하는 이런 자리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형평 100년이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제일 중요한 대상은 미래세대인 자라나는 청소년이다. 그래서 교육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청소년뿐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일반시민 대상이나 진주시 신입 공무원 연수교육이나 의회연수에도 형평정신이 들어가야 한다. 아동, 노인, 여성 친화도시. 무장애 도시의 기초에는 인간 존중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형평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역의 구성원들이 의기투합해 인권도시로서의 진주시의 브랜드 가치를 함께 높혀 나가야 한다.
정리=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지난 21일 오후2시께 경남일보에서 본보 형평운동 100주년 기획시리즈 결산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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