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04] 낭만 노매드 (구수영 시인)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04] 낭만 노매드 (구수영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23.02.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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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말씀하셨지
밥은 아무 데서나 먹어도 잠은 꼭
네 방에서 자야 한다고
룰루 랄라 나는야 노매드 달팽이

-구수영 시인의 ‘낭만 노매드’



디카시는 글을 알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할 줄 안다면 누구나 창작할 수 있다. 창작자가 조우한 사물이 이미 시적 정서를 품고 있다. 창작자는 그 언어를 극순간적으로 받아쓰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창작의 수월성을 확보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디카시는 창작자가 이미지를 먼저 만나고 이어서 문장을 재현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구수영의 ‘낭만 노매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카시적 사물을 찍고 시적 의미를 구체화했다. 달팽이는 초록 이파리 위에서 움직임 없이 자는 중이다. 시인은 달팽이에게서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전해 듣는다. 시인이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씀을 ‘나’인 달팽이로 등치하면서 ‘나’는 이중 화자가 된다. 이중 화자인 ‘나’는 노매드인 달팽이와 노매드가 되고 싶은 시인으로 읽어도 좋다. 얇은 껍질의 집을 떠메고 다니는 달팽이는 어느 이파리든 머무는 곳이 방이 된다는 비약도 재미있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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