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효자와 방문진료
[경일칼럼] 효자와 방문진료
  • 경남일보
  • 승인 2023.02.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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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준 진주 당당한의원 대표원장
 
어인준 진주 당당한의원 대표원장

올해 금혼식을 맞이하는 부모님은 정기적으로 한의원에 방문해 검진을 받고 퇴행성 질환에 대한 통증치료를 받고 계신다. 감사하게도 꾸준히 운동을 하며 건강관리에 신경 써 주신 덕분에 아직 큰 걱정은 없다. 그동안 많은 어르신 환자분들을 치료해왔지만, 그래도 조부모님과 외조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지 막상 우리 가족의 노환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부족함을 느낀다. 다행히 장인어른께서 곧 100세를 앞두신 장조모님을 극진히 간호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다짐을 해 본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본인의 건강관리 노력이 필수이지만, 90세를 넘으면 대부분 주변의 보살핌이 무척 중요해진다. 몇 년 전부터 가정 방문진료를 실시해 오면서 여러 효자들의 사례를 가정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질병, 부상, 출산 등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보행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해 한의원에 전화를 걸어 진료 요청을 하는 경우, 일정을 협의해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 수술 후 안정이 필요하거나, 다리가 불편할 때, 뿐만 아니라 장애인, 암·치매환자 등 내원이 곤란할 경우 가정에서 진찰 후 침, 뜸, 추나, 한약 등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된 어르신들은 주로 요양병원, 요양원과 같은 시설에 입소하거나 가정에서 가족 또는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한다. 그러나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시설에 입소해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골절로 인해 잠시 입원을 했던 장조모님은 섬망 증세가 나타나 조기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회복할 수 있었다.

방문진료를 진행한 일부 어르신 중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개인 간병비가 비싸서 어쩔 수 없이 시설에서 생활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반대로 보호자들은 전문적인 의료서비스와 안전을 위해서 시설 입소나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이사를 시도했지만, 어르신이 적응하지 못하거나 이사를 거부해 불가피하게 가정에서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용해 요양보호사와 가족이 교대로 간병을 하고 있었다.

방문 진료를 위해 요양보호사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수년간 일을 했지만, 이렇게 지극히 모시는 자녀는 처음이라고 한다. 수 년 동안 한 명 나올만한 효자, 효녀들이 방문진료를 신청하는 셈이다. 직접 진료를 하다보면 그 말이 진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요양서비스를 받는 동안에는 바깥에서 돈을 벌고, 일이 끝나면 집에서 간병을 시작한다. 치료를 하면서 오히려 손주까지 대를 잇는 효의 실천을 배우고 온다.

이처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방문진료지만 한 번이라도 진료비 청구가 진행된 곳은 전국에서 현재까지 142곳에 불과하다. 직원과 함께 추가로 이동하는 시간을 들이는 방문진료는 일반진료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의학적으로 진찰하고 치료하려면 어떤 날은 1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지만 진료비는 동일하다. 생리통, 안면마비, 중풍후유증에 대한 맞춤한약 건강보험 치료 역시 비용 대비 낮게 책정된 수가로 인해,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한의원을 손에 꼽을 정도로 외면 받고 있다. 첩약건강보험 치료와 마찬가지로 방문진료 역시 부족한 유인요소로 인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진행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거동불편 환자들의 방문진료 이용률이 1.9%에 불과하므로 의료접근성을 더 강화해야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평균구성원이 3.1명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가족의 간병을 혼자서 오롯이 부담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효심이라는 신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내 2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족 돌봄 청소년을 포함해 모든 돌봄 가족들이 전문적인 교육과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역사회가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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