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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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2.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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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시인 김유섭, 난해시 ‘오감도’를 풀다!(2)
시인 김유섭은 이상의 연작시 ‘오감도’는 난해한가? 라는 물음에 “난해하지 않다. 오히려 재미 있고 감동적이다”고 답한다. 그는 일제가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시를 썼다면 보편적인 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 왕의 주둥이를 막아 죽이고 함께 죽고자 했던 결사 항전의 주제로 쓴 민족시인”이었으니 시는 응당 숨겨 말하는 형식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살펴 읽으면 난해하지도 않고 아름답고 눈부신 시라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필자가 개입해 말하면 만일 독자가 이상의 ‘오감도’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었다면 이상은 까다로운 시인이 아니라 한용운, 이상화, 이육사 등과 같은 일제하 민족시인의 반열에 앉혀져 있었을 것이 아닌가 한다. ‘오감도’는 조선 민족의 죽음과 다르지 않는 식민지 노예의 삶을 알리고 증언하면서 동시에 조선민족에게도 각성하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이 글에서 김 시인이 설명하는 이상의 ‘오감도’ 시작법을 쉽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그가 설명하는 ‘오감도 시작법의 특징’의 맥락을 따라가 보자. ”독창적인 시작법은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와 ‘이상만의 비유법’이다. ‘오감도’에 쓰인 한문은 대부분 한자사전에 없는, 연막을 겸한 한글문장을 숨기는 장치다. 이것을 그는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라고 불렀다. 이 조합단어를 만드는 방식은 우리나라 대대로 내려오는 한자이름 짓기와 발상이 같다. 물론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는 한글문장을 숨기는 것이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한자 이름짓기와 반대로 보이지만 그 근원적인 출발점은 다르지 않다. 한자 사전에 없는 한자조합 단어에서 한문은 시의 문장 속에서 상징하거나 대체하고 있는 숨겨진 한글 문장을 찾아내어서 완성시켜야 하는 매개물이다.

그리고 한자사전에 있는 기존 한자 단어 중에서도 문장의 의미 흐름에 따라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 풀이로 풀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의 풀이를 제대로 따라가기 위해서는 저자의 ‘이상 오감도 해석’을 직접 사 들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김시인은 이어 상황상징, 행위상징, 시각상징, 설계도 형식과 그림 그리기 작법 등에 대해 사례별로 풀어낸다.

이쯤에서 그는 “이상은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을 걸었다. ‘오감도’ 연작시 15편에 들어있는 시작법은 놀라움 그 자체다. 거듭 말하지만 이런 시작법을 쓴 이유는 제국주의 일본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겠지만 간악한 제국주의 일본의 강제 합방과 폭압의 식민지배에 대항해서 격렬하게 저항하고 조롱하고 투쟁하는 민족정신을 직설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의도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라고 단정한다.

그런데 이 ‘오감도’ 30편이 15편에서 중단되지 않았다면 이상은 시적 과정이 보여주는 거대한 기획적 드라마와 독립운동이라는 섬세한 실천적 도면을 완결편으로 남겨 주었을 텐데 필자가 생각해 보아도 이 점, 참으로 아쉽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것도 신문의 독자들이 항의를 하는 바람에 그 연재가 중단되었다고 하니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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