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꽃은 나를 아름답게 하는 문화다
[농업이야기] 꽃은 나를 아름답게 하는 문화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2.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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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장
꽃은 자연 속에서 만물의 생명을 이어가는 핵심이다. 꽃의 생명 가치는 식물에 국한되지 않고 곤충과 다른 동물들 나아가 인간에 이른다. 학술적이고 이론적인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꽃은 예쁘고 아름다우며 우리 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분위기 메이커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 지자체마다 앞 다퉈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축제는 전국에 940여종류나 추진되고 있으며 유채축제, 벚꽃축제, 장미축제, 국화축제 등 꽃과 관련된 축제도 100여종이나 된다. 그만큼 꽃은 우리의 생활 속 기쁨이고 행복이고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는 나라의 경제 수준에 맞춰 다양한 꽃 축제와 꽃길 만들기에 투자하고 있으나 개개인은 나를 위해 친구를 위해 꽃을 사고 선물 하는 것을 망설인다. 아직 문화화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적어도 꽃에 대한 생각과 투자에 대해서는 아직 선진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가 세계 12위이며 교육, 기대수명, GNI 등 IMF나 OECD 국제기구들이 선진국으로 분류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진국이 아니라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선진국의 기준이 경제적인 부분만 가지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의 뇌리에는 선진국이라면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부분에서 수준이 높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문화적으로 성숙된 생활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부모세대는 경제성장을 위해 인간다운 삶과 문화를 포기하고 살았으나 우리는 부모들이 일궈놓은 선진경제를 바탕으로 문화를 누리고 선도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영화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고백하기 위해 수선화를 준비하는 모습, 암투병 중인 여인에게 튤립을 들고 데이트 신청하는 모습, 먼 타지에 출장가서 잠깐 머무를 집에 꽃을 사서 화병에 꽂는 모습, 친구집을 방문하면서 꽃다발을 선물하는 모습들이 왠지 멋있어 보이고 품위 있어 보였다. 이들은 어떻게 그들의 삶속에서 꽃을 선물하고 주고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꽃을 사오고 선물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꽃소비를 위해 투자하는 돈은 2만원이 채 안된다. 네덜란드나 스위스 같은 선진국 소비액의 20~30% 수준이고 일본(8만원)의 25% 정도이며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절반수준인 러시아의 화훼소비액도 4만원에 이르고 있다.

꽃다발을 사들고 갔는데 아내는 꽃 뒤에 먹을 것이나 다른 선물을 기대하고 “꽃 너무 예쁘고 고맙다”라는 말 대신에 버릴 걱정부터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코로나 펜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문제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제일 먼저 문화적인 비용을 줄이고 특히 꽃의 소비는 급격히 줄고 있다.

꽃 소비를 두고 우리들의 문화수준을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이제 나의 집 베란다와 테이블위에 그리고 일터의 컴퓨터 위에 화분하나 꽃 한 송이는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분위기를 바꾸는 아름다운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권기범 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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