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국회의원 증원 제안,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경일시론]국회의원 증원 제안,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2.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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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이수기 논설위원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대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300명인 의원 정수를 30~50명 늘리자고 제안했다. 5년 간 의원들의 세비를 묶어 놓자는 솔깃한 얘기를 했다. 대다수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인건비를 동결하자는 것도 눈가리고 아웅처럼 보인다. 뜬금없다는 반응이 많다. 거대 야당 여건에서 여태 국회의원들이 해온 행태를 보면 반대 정서는 당연하다. 여야는 상생의 정치는 고사하고 ‘아니면 말고’식 폭로전을 펴며 이전투구를 벌이는 통에 처리되지 못한 시급한 민생법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의원 수를 대폭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늘리겠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거꾸로 가는 개혁이 아닐 수 없다.

현 정치를 보고 국민들은 국회를 해산하자는 하늘을 찌르는 극단적 분노까지 표출될 정도다. 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국정에 담기보다는 정파적 이해에 얽혀 갈등만 부추기는 사고뭉치 같은 존재들일 뿐이다. 의원들이 너무 싫어 숫자를 반으로 줄이자는 여론 속에 아무런 반성도 없이 되레 늘리겠다고 하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보는 국민들도 있다. 상습적으로 막말, 가짜뉴스 등을 쏟아 내는 사태만 보면 국회의장이 가세한 의원 증원 제안에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그간도 증원을 추진했다 뭇매를 맞았고, 여론조사도 반대가 70%를 넘었다.

국회는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불체포·면책 특권 등 헌법상 보장된 특권뿐만 아니라 10명 가까운 보좌진, 대형 차량, 억대 연봉, 각종 지원 혜택 등 100여 개가 넘는 특혜를 누린다. 비리 혐의자의 ‘방탄복’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다. 의원 정수 확대는 특권 포기와 보수 감액 등 자기 쇄신이 선행된 후 검토해 볼 문제다. 의원은 권력을 향유하고, 특혜를 누리라고 만든 자리가 아니다. ‘의원 정수는 200인 이상’의 헌법 규정대로 지금까지 ‘300석’ 이내라는 공감대를 지켜왔다. 무슨 명분으로 이런 관행을 깨겠다는 건가. 헌법의 규정은 무한정 늘려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300명’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지금 같은 국회라면 차라리 의원을 줄이는 게 사리에 맞다.

임기 4년 동안 의원 1인당 약 34억여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그래도 하는 일이라곤 정쟁뿐이다. 국회는 선거 때만 되면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지만 번번이 공수표가 됐다. 이런 의원들이 스스로 인건비를 동결하겠다는 것을 전재로 숫자를 늘리겠다는 데 국민이 찬성하겠는가. 의원 특권 폐지와 국회 생산성 제고 등 자기 혁신은 외면한 채 의원 숫자부터 늘리자고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정치 개혁이 아니라 퇴행일 뿐이다. 호남서 보수 인사가, 영남서 진보 인사가 당선될 수 있다는 이유로 증원도 타당하지 않다. 비례대표 증원이 더 부정적인 것은 그간 도입 취지와 거리가 먼 계파정치, 줄 세우기, 기득권 지키기 수단으로 활용됐기 때문에 폐지가 옳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인구 3억3000만 명인 미국은 상원 100명과 하원 435명, 인구 1억2300만 명인 일본도 중의원 465명과 참의원 245명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 정치판이 불신의 온상이 된 잘못이 있다면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 낙선되고, 잘했다면 선택을 받는 합리적 구도라야 정상이다. 하나 현재 정치판은 두 거대 정당이 정파, 이념에 따라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심판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나라 안팎이 어렵다. 물가를 비롯, 경제는 풀리지 않고 무역적자에다 청년실업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연금·노동·교육·공공·규제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국익보다 당리당략, 국가 미래보다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는 정치권의 탓이 크다. 의원증원 요구에 대해 허탈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다. ‘특혜에 사로잡힌 정치꾼만’ 늘리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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