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인생은 연극이다?
[경일시론]인생은 연극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1.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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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 

가수 나훈아를 흠모할 정도로 좋아했던 때가 있었다. 고향이나 부모, 친구와의 서정을 묘사한 노랫말이 좋아 녹음, 녹화하여 두고 두고 보고 듣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외면한다. 과거 그의 거의 모든 노래는 천재 음악인, 박춘석이나 정두수 등으로 부터 얻었다. ‘물레방아 도는데’도 그들 작품이다. 지금 그의 노래 대부분은 스스로 작사 작곡한 것들이다. 대중가요 가사가 숭고하거나 철학적일 필요는 없다. 지금 그의 노랫말은 이전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은유적 색채는 전혀 없어 보인다.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으로 칭한 그 노래, 남들 모두가 좋아한들 ‘어거지’ 같다. 하지만 여전히 인기가 있어 순전히 자의적 생각일 터이다.

그가 작사한 ‘울긴 왜울어’에 ‘인생이란 연극이 아니더냐’ 란 말이 있다. 인생이 연극이라니, 그런 무지막지한 말이 어딨냐는 느낌이었다. 그 노래가 싫었다. 참 아이러니 하다. 그 말이 오롯이 와 닿는 실상이 참 많다. 스스로도 그렇다. 양심과 달리 남에게 보이는 행동거지에 차이를 실감한다. 위장된 표현에, 가면을 쓴 것 같은 일상 말이다. 부끄러울 때가 많다.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 심리학 분류로 잠재적 심리보다 활동적 심리가 지나치게 비중이 높다. 세기적 심리 분석학자 칼 융(Carl Jung)의 ‘의식과 무의식’ 경계를 자각하지 못한 것인지, 작사가 나훈아의 현실적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몽매하다.

스마트폰 매장이나 패스트푸드에서 일하는 젊은 ‘알바’에게 물건을 사는 입장의 고객의 태도와 실적을 내야 하는 그 직원과 오가는 말투에서도 그 가면적 요소를 많이 본다. 반대로, 아무리 젊거나 어려도 손님의 지위면 태도가 달라진다. 판매자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감당 못할 갑질이 아니면 모른척 그냥 넘기는 것이 상책이다. 상술(商術)이 연극은 아니겠으나 진정성에는 회의가 있을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명품을 걸쳐야 하고, 집 없어도 미끈한 차를 타는 현실이다. 삶의 연극 풍모다.

정치권은 다른 영역일까? 예측대로 천만의 말씀이다. 더 할 것이다. 국회의원이 지역의 거리에서 오뎅에 붕어빵을 보란 듯 먹지만, 이른바 ‘올라가서는’ 두당 십 수만원 짜리 음식을 먹는 것이 예사다. 그들을 접대하는데 삼겹살에 소주를 들이대면 다음부터 만날 생각을 안해야 한다. 다른 선출직은 그렇지 않나? 마찬가지다. 시장이나 행사장에서 수많은 사람의 손을 잡지만 온열은 있을리 없다. 응당 좀 과장된 얘기며, 그랬으면 좋겠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연극같은 관찰이라면 터무니 없는 비약일까? 국회에서 반말에 고성을 질러도 유가족은 양해된다. 속마음과 달리 누구도 ‘끽’ 소리 못한다. 그럴 만 일이다. 그래야만 생명 중시 인본주의자 처럼 보이는 것이다. 상대에게 퍼붓는 노골적 모욕까지 눈 감을 순 없다. 국회의원이든 공무원이건 사람이면 존중 받아야 할 천부적 인격이 있다. 공직자의 직무유기를 가늠하기는 헝클어진 민사재판 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런 인식에 공유의식을 표시한다면 곧 죽는 일로 치부된다. 인지적 이율배반처럼 보인다. 그런 생각을 드러냈다가 곤욕을 당한 선출직도 있다.

먼 땅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지금도 하루 수십 명이 죽어 나가도, 보지 않기에 슬픔은 거의 없는 것이다. 연극아닌 사람의 본성일 터이다. 내가 ‘우리’란 한들, 나의 슬픔을 남에게 강요할 순 없다. 함께 사는 사람의 일, 모두가 ‘한끗’ 차이다. 조직에서의 지위 높낮이나 물건을 팔아야 하는 판매자와 고객,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과 선택하는 유권자도 그렇다. 유리하거나 아니거나, 득세를 했거나 못했거나 큰 차이 없는 처신, 최소한의 연극만 봤으면 좋겠다.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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