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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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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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이해인 수녀의 작은 위로, 작은 기도(1)
수녀 이해인 (클라우디아) 시인은 부산 광안동에 있는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소속 수도자이다. 그 수도회는 필자가 나가는 진주 봉곡본당 수녀원의 본원이다. 이 시인은 ‘지상에서 하는 천상의 말’로 시를 쓰는 여류이다.

이해인 시인은 지리산 중산리 천상병의 ‘귀천’ 시비 일원에서 열리던 천상병문학제에서 천상병문학상을 받은 바 있는 시인으로, 진주시내 천주교회 젊은 신자들 가운데서 이른바 ‘이해인 시인을 사랑하는 모임’(해인사랑)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시인에 대한 인기는 물론 진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반에 이해인 시가 구석 구석 스며 들어가 애송되고 기려지고 있음을 볼 때 그러하다 하겠다.

최근 필자의 가족이 환자로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여러 가지 시 자료를 보내주었는데 ‘아픈 벗님들과 함께 읽는 해인의 시’ ‘작은 위로, 작은 기도’와 ‘탁상용 달력 시 365’가 그것이었다. 위로, 위로가 되었다. 시가 이렇게 위로가 되어준다는 것은 시를 쓰면서도 실감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느님/ 오늘은/ 제가 많이 아파서/ 기도를 못했습니다// 좋은 생각도 못하고/ 내내 앓기만 했습니다/ 몸이 약해지면/ 믿음은 더 튼튼해질 법도 한데/ 아직은 그저/ 두려울 뿐입니다/ 사람들이 건네주는 위로의 말에/ 네 네/ 밝게 응답하고도/ 슬며시 슬픔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래도 제가 부를/ 처음과 마지막의 그 이름은/ 오직 당신뿐임을/ 당신은 아시지요? 하느님”

이 시는 ‘아픈 날의 기도’라는 제목의 시다. 이해인 시인이 오랜 투병 끝에 완쾌가 된 것을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제가 오늘은 많이 아파서 기도를 못했다는 구절이 실제의 아픔으로 건네져 온다. 더구나 수도자의 수도가 기도임을 생각할 때 아파서 기도를 못했다는 것이 눈시울을 적셔 준다.

필자는 요즘 환자의 곁에 있다가 주일 미사까지 여력이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아 정작 필자가 갖는 기도의 결핍을 건드려 주는 것일까, 필자 자신의 고통으로 전이되어 온다. 마지막 연 “그래도 제가 부를/ 처음과 마지막의 그 이름은/ 오직 당신뿐임을/ 당신은 아시지요? 하느님” 이 부분은 신앙의 마지막 보루가 하느님에게 있다는 것이니 신앙의 돗자리가 하느님의 영역임을 깨우쳐 주고 있는 셈이다.

이해인 시인의 다음 시 ‘좀 어떠세요?’는 병중 일기를 읽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좀 어떠세요?/ 누군가 내게 묻는/ 이 평범한 인사에 담긴/ 사랑의 말이/ 새삼 따뜻하여/ 되새김하게 되네// 좀 어떠세요?/ 내가 나에게 물으며/ 대답하는 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평온하네요”

이 대목은 병중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이 항용 받는 질문이라 그에 대한 답은 그때 그때 약간씩 음영이 다르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병세를 말하기도 하고 그때의 기분이기도 하고 또는 상대에 대한 위로의 말로 응해지기도 하리라.

누구이든 가족이 병중에 있을 때도 그 대답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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