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항공산업체 인력난 외국인 고용 유감
[객원칼럼]항공산업체 인력난 외국인 고용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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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철 한국폴리텍 항공캠퍼스 학장
문병철 한국폴리텍 항공캠퍼스 학장


계묘년 검은 토끼 총명함을 담은 2023년 새해가 시작됐다. 올 한해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사천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주항공도시 명성에 걸맞은 희망찬 많은 일들이 준비되고 있다. 우선 우주항공청의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고 폴란드로 수출하는 FA-50의 생산과 KF-21의 본격적인 시험 비행이 진행되면서 그동안 코로나로 위축됐던 항공산업의 들썩임이 사천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장미빛 계획에도 불구하고 사천의 항공산업 현장은 녹록지 않다. 다름 아닌 항공업체의 구인난이다. 비단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KAI를 제외한 항공업체의 구인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열악한 임금과 근무 여건으로 항공업체 구인난은 심각한 지경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항공산업 채용박람회 개최 등 인력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항공업체가 항공캠퍼스를 방문해 채용설명회도 개최하고, 또 여러 항공업체를 투어하는 등 예비 취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동원했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항공업체를 거쳐 간 사람들이 입소문으로 여타업종 대비 항공업체의 열악한 임금수준과 근무조건이 알음알음 알려진 것이다.

몇해 전, 독일에 잠시 머문 적이 있었다. 독일은 강소기업이 많다. 그래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임금 차이가 10% 정도만 있어 구직자들이 본인의 적성과 미래를 고려해 기업을 선택함으로써 대기업 선호 현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천의 항공업체 구직난은 대기업인 KAI만 선호하고 KAI를 제외한 나머지 항공업체는 외면하는 현상이 지배적인데,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인 KAI뿐만 아니라 협력회사, 더 나아가 사천의 항공산업 생태계가 위험해지는 징조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항공업체에 외국인을 고용을 주장하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에서 들었다. 최근에는 이들 외국인이 당장 현장에 투입될 경우 품질이 중요한 항공부품 특성상 불확실한 언어소통은 제품불량이 우려되니, 항공캠퍼스에서 이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항공기술 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 왔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기 위한 현지 모집 노력, 이들 국내 취업을 위한 비자 취득을 위한 관계 부처 설득 노력 그리고 훈련비용, 이들 외국인이 지역사회에 정착을 위한 사회적 노력, 이러한 모든 노력을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우리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최근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한국의 한 간담회에서 “한국은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한탄했다. 세계적인 최저 출생률은 젊은이들이 팍팍한 삶으로 결혼과 임신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 덧대어 지역 인재는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정든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가고 있는 현실에 지역발전은 고사하고 지역소멸 시간은 더 빨리 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그들을 폄하하거나 무시해서 그들은 항공업체에 고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들 외국인 훈련과 이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투입되는 예산과 사회적 노력을 항공업체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취업을 기피하는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환시켜야 하는 것이 먼저이다. 아울러 항공업체의 기술경쟁력을 강화시켜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노력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나라 항공산업, 사천의 항공산업에 미래가 있고 지역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나라의 청년들에게 항공산업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항공업체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항공산업 인력난에 대한 해답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아 머리를 맞대는 것이 먼저이다.

한국폴리텍 항공캠퍼스는 20년 전 항공산업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책대학으로 사천에 설립됐다. 항공캠퍼스는 항공업체 인력난 해소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준비가 돼있다. 하지만 항공업체 인력난은 일개 대학의 노력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KAI, 지자체, 항공업체와 지원기관의 모든 역량을 모아 중소 항공산업체가 청년들이 선호하는 강소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문제는 이러한 모든 노력을 다한 뒤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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