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술인을 만나다] 남효진 레트로 봉황 대표
[청년 예술인을 만나다] 남효진 레트로 봉황 대표
  • 백지영
  • 승인 2023.01.16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빈약한 청년예술 인프라, 내 손으로 키워요”
기반없는 청년작가 레지던시, 7년째 비영리 예술단체 운영
거쳐간 예술인 포트폴리오 정리해 디렉토리북 제작 목표

‘또래 작가 중에 아직 작업실이 없는 이들이 많던데 내 작업실을 한번 같이 써볼까?’

시작은 그런 생각이었다. 아직 기반을 닦지 못해 방랑 생활을 전전하는 지역 청년 예술인들을 위해 자신의 공간을 공유해 봐야겠다는, 혼자 사용하던 설치 예술 작업실을 타인과 함께 써야 했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 않았다. 

결심이 서자 곧바로 실행으로 옮겼다. 그 길로 비영리 청년 예술 단체 ‘레트로 봉황’을 차렸다. 그게 2017년의 일이다. 김해시 봉황동에서 내외동을 거쳐 지금의 삼계동까지 몇 차례 사무실을 옮기는 동안 ‘레트로 봉황’은 단순 작업실 공유를 넘어 젊은 작가들이 함께 만나 작업을 궁리하는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1일 오후 김해시 삼계동 ‘레트로 봉황’ 사무실에서 남효진(35) 대표를 만났다.

“우리 경남에는 청년 작가들이 많지 않은 편인데 김해의 경우 더 찾기 힘들었어요. 서로 소통하는 기반을 어디선가 구축해 주길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제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남 대표는 7년째 ‘레트로 봉황’을 운영하면서 기존의 시각 예술 작업보다 예술 기획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예전처럼 직접 자신의 손으로 예술품을 만들어 내는 활동을 하는 대신 이제는 자신이 기획해 만들어낸 전시 등에 참여하는 타 작가들의 작업물로 주제를 이야기한다.

남 대표는 “혼자서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른 작가 등과 함께 목소리를 내면서 소통하고 움직일 수 있어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레트로 봉황’은 김해를 거점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청년예술가의 창작과 연계 활동을 지원하는 청년 예술단체를 표방하며 기획 전시, 예술 교육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둔 사업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 협력형 사업으로 진행하는 ‘레지던시’, 예술가들이 특정 공간에 머무르면서 창작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청년 예술인 5~6명을 선발해 반년 정도 숙소·작업실을 제공하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레지던시는 주거를 동반하지 않고 작업 공간만 사용하는 방식을 비롯해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으로 소통하며 작업 실황을 생중계하는 온라인 레지던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열리고 있지만 ‘레트로 봉황’은 고전적인 방식을 택했다.
특이한 점은 꾸준히 특정 작업실·거처를 대여해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대신에 김해 내에서 옮겨가며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입주 작가들에게 특별히 지역성을 살린 작품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주위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적인 소재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김해 지역에 대한 맵(지도)을 채운다는 느낌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진행한다”고 했다.

올해는 김해 생림면 마사리에 레지던시를 차려볼 생각이다.

지난 201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와 2020년 지역 특성화 교육 사업을 마사리에서 진행하며 지역 어르신들과 교류하고 친분을 다진 게 계기가 됐다.

“장소를 고민하던 중 갑자기 마사리가 생각났어요. 오랜만에 방문해 어르신들께 의사를 타진했는데 예술을 좋아하는 주민분께서 집이 비어있다며 빌려주셨어요. 시내와 거리가 있는 시골집인데 새로운 얘기가 나오고 재밌을 것 같아요.”
공용 작업실은 마사리 마을회관 2층에 마련할 예정이다. 어르신들의 사랑방인 1층과 달리, 2층은 난방 문제로 한참 사용하지 않았기에 어렵지 않게 사용 허락이 떨어졌다.

입주작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막 예술의 길로 접어든 청년 예술인을 대상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경력이 한 줄이라도 더 붙은 이들을 선발하면 결과물도 더 그럴싸하게 나오고 좋을 수도 있겠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어디선가는 시작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 시작점이 되어주려고요.”
갓 대학(원)을 졸업한 이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었다. 이처럼 ‘생’ 청년 작가들로만 이뤄진 레지던시는 전국에서도 찾기 힘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 대표에게 새해 목표를 물었다. “도내에 청년 작가들을 찾기 쉽지 않은 탓인지 종종 기관 등에서 소개 부탁을 받아요. 레지던시를 거쳐 간 작가들만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5년 단위로 디렉토리북(안내서)을 펴내고,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온라인에도 올려볼 생각입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