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경남 세계민속문화축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
[경일시론] 경남 세계민속문화축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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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철희 논설위원·경남연구원 연구위원
변철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의 민속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얼마 전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원예부문 베스트 상품 TOP10에 ‘호미’가 들어 화제가 되었다. 프랑스 민속학자였던 샤를 바라(Charles Louis Varat)가 100년 전 조선을 ‘모자의 나라’로 표현했는데, 지난 2019년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킹덤(Kingdom)’으로 조선의 모자가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 복고풍(레트로), 신복고(뉴트로) 등의 이름으로 1970~1980년대 혹은 1980~1990년대 삶의 모습이 유행하고 있는 것도 민속의 한 영역이다.

이와 같은 민속의 정의를 찾아보면 민간생활과 결부된 신앙, 습관, 풍속, 기술 등이 전승되는 문화의 총체를 지칭한다. 그래서 민속은 전통이나 과거를 대상으로 하는 ‘옛 것’일 뿐이라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 속 모든 물건이 민속이며, 현재 우리의 삶 또한 언젠가는 민속이 된다. 민속을 통해 우리의 삶은 추억되고 공유되며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민속은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도 해당 지역의 민속을 중심으로 발전된 경우가 많다. 태국의 송크란 축제는 다른 사람에게 물세례를 하며 행운과 건강을 빌어주는 고유의 민속문화를 담고 있다. 몽골의 나담 축제는 씨름, 말타기, 활쏘기의 게임을 통해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는 민속 축제로 2010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맥주의 나라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축제 역시 세계적인 민속축제이다.

경남도는 민속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전국에서 민속문화예술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며,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가 많다. 중앙정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경남도는 17개 광역시도 중 두 번째로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경남의 지자체들은 해당 지역의 고유한 민속문화를 도시브랜드로 발전시키고 있다. 통영시는 통제영 12공방을 중심으로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가고 있고, 밀양시는 지역의 대표민요 밀양아리랑을 적극적으로 관광자원화 하고 있다. 의령군은 100년 전통의 소싸움대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진주시는 유네스코 공예·민속예술 창의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작년 12월에는 국립무형유산원 영남분원이 유치될 지역으로 경남 밀양이 확정돼 영남권 무형유산을 포함한 경남도 민속의 발굴, 지원, 전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5년 가야역사문화권을 중심으로 ‘경남 세계민속문화축제’가 개최된다. 이미 서울 등 여러 지역에서는 세계 각국의 전통민속예술 공연을 지원하는 등 세계문화축제를 개최해왔다. 경남도도 지속적으로 민속예술축제를 개최해왔고 매년 한국민속예술제 참가하고 있지만, 지역의 민속문화 발굴·복원과 콘텐츠화·세계화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서울대 강정원 교수는 “경남의 정체성 정립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민속 문화연구, 정책수립기관 건립, 지정·관련 주체양성”이라고 말했다. 경남 세계민속문화축제는 국제행사 개최라는 의미를 넘어서 도내 민속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 경남의 민속에 대한 관심 제고를 시작으로, 민속지도 제작, 민속자료의 수집·보존을 위한 아카이브 구축, 민속분야의 전문 인력양성, 민속자원의 자원화, 도민의 민속문화 지원정책수립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민속은 도민 삶의 현재를 오롯이 담고 있는 그릇이고, 오래된 미래에 대한 향수이며, 미래 정체성을 전승하고 발전시킬 유산이다. ‘경남 세계민속문화축제’ 개최는 민속문화의 역량을 강화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과정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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