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신토불이가 만능패스인가?
[경일칼럼]신토불이가 만능패스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0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욱 김취열기념의료재단 이사장
김태욱 김취열기념의료재단 이사장


소부장 파동은 누구나 기억하는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였다. 소재 부품 장비의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벗어나 자체적인 기술개발을 해내자며 전국이 떠들썩했고 마치 새로운 독립운동 일환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국민 중 일부는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이 특정 국가의 수입자동차를 골프채로 내려찍는 사진까지 SNS에 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한탄 가득한 자조가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이 특정 국가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모두 매국노인가. 비교우위뿐만 아니라 비용효율을 감안해 이 특정 국가의 제품을 사용한 것도 모두 매국노인가?

의료업에 종사하는 필자조차도 의료기기의 절대 다수를 국산으로 채우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독립운동을 한다는 마음이라면 대만족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며 ‘신토불이’라는 노래까지 부르는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그 뒤에 숨은 아이러니는 이율배반을 부각한다. 나의 신체는 둘째 치고, 부모님, 내 자식들의 신체와 생명을 담보하면서까지, 아직은 기술력이 어느 정도 뒤쳐진 국산 의료기기로 검사받고 수술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까. 비록 약효는 떨어지지만 값싸고 국산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우리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을까? 이것이 애국일까? 여전히 독감과 코로나를 비롯한 각종 접종때만 되면 국산이 아닌, 어느 특정 국가의 백신접종이 가능한지를 따져 묻고 찾아 헤맨다. 국산 의료기기와 약제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다는 마음만으로, 더 나은 기회로써 그 특정 국가의 기기와 약제사용을 누려야 할 환자의 권리를 박탈할 권한이 나에게 있지 않다.

분명, 동일 또는 유사한 품질이라면 국산 애용을 권장한다는 의미, 안다. 우리 것만을 애용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단순한 세상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제무역과 통상에서 우리 것을 일부 내어주고 더 큰 가치를 받아내는, 기브 앤 테이크를 해야 한다. 자체 내수시장보다는 국제교역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와 부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숙명이다. 그리하여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그 모든 열세를 뒤엎고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낸다. 이 놀라운 잠재력이 과연 모든 제품, 모든 상품, 모든 서비스를 오직 메이드 인 코리아, 우리 것으로 해야만 한다는 말일까?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퍼스트코리아, 각종 K를 수식어로 하는 K팝 K컬쳐 K벤쳐 등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연구개발과 투자, 결코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열정의 결과물이다. 남들은 따라할 수 없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감히 엄두도 못내던, 모두가 반대하고 빈축을 산, 그러나 결과적으로 옳은 방향이었던 ‘세계 최고가 되고 싶은 의지와 실행력’ 덕분이다. 어느 특정 국가에 대한 반발심으로 세계 최고가 된 것도 아니고, 내수에서 무조건 받쳐주었기 때문도 아니다. 자사 제품을 몽땅 소각하면서까지 기술 개발을 최고의 우위에 내세웠던 기업가 정신으로 세계 최고가 된 것이다. 아직도 과거 속에 사로잡힌 채 살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뛰어넘어야 한다. 다가오는 명절 선물을 고르는 필자로서도 애국심만으로 무장할 수는 없다. 비록 어떠한 비난이 있더라도, 나는 병원의 직원 및 가족들을 위해 최고의 또한 가장 비용 효율적인 선물을 고를 것이고, 그것이 어느 특정 국가를 원산지로 했다는 이유로 배척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우리 것, 자랑스러운 ‘메이드 인 코리아’도 바로 그 특정국가에서 팔릴 테니까. 대통령의 선물이야 오죽할까. 신토불이는 만능패스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