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너무 강하면 부러진다
[경일시론]너무 강하면 부러진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9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기 논설위원
이수기 논설위원


태강즉절(太剛則折)의 고사는 나무도, 사람도, 힘·권력도 마냥 강하면 부러지기 쉬워 유연성을 강조한다.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휘어져도 다시 서는 갈대·억새가 되라는 말에 강한 나무가 ‘서로 자기가 더 강하다’며 양보도 없이 싸웠다. 강한 나무는 갈대·억새를 보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쓰러지는 네가 무슨 힘이 있겠냐’며 조롱했다. 그때 갑자기 강풍이 불자 갈대·억새는 허리를 굽혀 바람에 몸을 맡겨 부러지거나 뿌리가 뽑히는 것을 막았다. 꼿꼿이 맞선 강한 나무가 뿌리째 뽑혀버린 것은 강풍에 맞설 만용은 있었지만 유연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힘·권력은 매력적이나 영원하지 않고 돌고 돈다. 강한 만큼 부러지고 뽑히는 것도 쉽다. 힘·권력자들에게 던져주는 경고며 ‘힘 빼라’는 메시지다. 동서고금을 막론, 권력자들은 힘을 가지려 안달한다. 돈·권력의 힘이든, 가진 자는 군림, 지배하려 한다. ‘힘·권력의 논리’만 믿고 강행하면 필히 패망하고, 사람의 마음도, 세상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이치이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여권, 169석의 거야, 진보·보수·좌파·우파가 온통 ‘사사건건 힘자랑 치킨게임 싸움판’을 벌리고 있다. 정치가 완전히 실종된 최악으로 밀어붙이기, 꼽수 탈당, 가짜뉴스, 편견 등은 천하장사 씨름판 풍경 같다. 말 한마디조차도 그냥 쉽게 넘어가는 것이 없다. 엄연한 거짓말도 인정 안하고 상대방을 초토화시킬 작정으로 오직 강경 일변도다. 빈말이라도 승자에 ‘성공을 빈다’보다 죽기 살기식이다. 국회도 협치보다 ‘잡아먹느냐, 잡혀먹히느냐’의 내 편만 옳다는 궤변의 극한 논리만 작동했다.

정치가 매사를 ‘정쟁화’ 시키다 보니 희망은 없고 ‘정쟁 중독’에 빠진 ‘모리배들’도 판친다. 힘·권력을 가졌을 때 모든 문제를 처리해 보겠다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면 반드시 화를 당하거나 부패한다. 힘·권력은 상대를 사랑하고 섬기고 봉사하고 도와주는 데 사용해야 한다. 상대를 해치는 것은 금물로, 힘이 있든, 없든, 가졌던, 못 가졌던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고 지나친 ‘네 편, 내 편’을 가르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경험과 집권세력의 정무감각이 부족, 실책·실수에다 거야의 힘자랑이 어디로 갈지 걱정이 많다.

‘힘·권력이면 다 된다’ 하나 세상에는 ‘강한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약한 것’만 있는 것도 아닌 ‘중간’이 필요하다. 힘·권력 자랑자에게는 ‘중간’은 보이지 않게 된다. 세상에는 ‘강한 것’만 살아남지 않는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논리라 해도 세상사는 양면이 있다.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같이 강한 것은 말 그대로 강점이면서 동시에 약점도 된다. 나중에는 약한 상대에게 지게 되고, 큰 것을 빼앗기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선출직이 잘 나갈 때와 힘·권력이 강할 때 조심 안 하고, 우쭐대는 자의 최후는 허망해짐을 명심해야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약한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을 가르쳤다. 반대자를 아우르고 품을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힘·권력’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박정희·전두환의 군사독재 말년을 보면 절대권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비극으로 끝났다. 1979년 10월 26일 박 대통령은 가장 심복으로 여겼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처참하게 시해됐다.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했던 차지철 경호실장으로 박 대통령이 시해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도자는 성숙하고 절제된 언어, 바르고 부드러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황제·왕정이나, 전체주의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와 민생이 두 쪽 나더라도 증오, 저주정치로 계속 싸우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면 밥도 먹기 싫다(40%), 결혼도 싫다(43%)가 됐다. 저쪽 편이면 악(惡)으로 보는 고질적인 진영 대결의 4류 정치가 바뀌어야 나라가 산다. 새해 벽두부터 여야가 ‘말 폭탄’을 쏟아내는 오기 정치로 치달을 때가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