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다시 우러러보는 남성 김장하 선생님
[아침논단]다시 우러러보는 남성 김장하 선생님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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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12월 31일과 1월 1일 아침 MBC경남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과 함께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이 다큐멘터리 취재기자로 출연한 김주완 기자가 쓴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도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널리 회자되고 있다.

필자는 2021년 12월 아침논단에서 ‘남성 김장하 선생님’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김장하 선생님의 높고 넓은 인품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때만 해도 김장하 선생님이 언제부터 얼마나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었는지, 그 장학생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또한 장학금을 지급하되 생활비까지 지급했는지, 대학교 입학금과 심지어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등록금을 지원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또 어떤 학생은 김장하 선생님 댁으로 들어가 자녀의 가정교사 역할을 하면서 장학금을 받았다. 이런 사실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막연히 알던 내용이 다큐멘터리 취재 과정에서 일부가 드러나게 되어 알게 된 것이다.

김장하 선생님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은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었다는 그 사실에 있지 않다. 그 사실도 위대한 일이지만 더욱 우리를 숙연하게 하고 뭉클하게 하는 것은, 장학금을 준 학생 이름이나 숫자, 그들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절대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자와 PD가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실이 공개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라는 게 김장하 선생님의 지론이다. ‘줬으면 그만이다’라는 것이다. 남성당한약방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국내외에서 장학생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장학생의 실체를 일부 알게 되었고, 그들을 연결 고리로 장학사업의 일부를 들여다보았을 뿐이다.

김장하 선생님의 다큐멘터리에서 우리가 크게 감동하는 부분은 또 있다. 지역사회에서 교육, 문화, 언론, 여성,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때로는 직접 단체의 대표를 맡아 수많은 역할을 했음에도 김장하 선생님은 이를 내세우지 않는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바와 같이 김장하 선생님은 한가운데 서서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일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망설임 없이 손길을 내밀었다. 이 또한 김장하 선생님을 다시금 우러러보게 만드는 장면이다. 김장하 선생님은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이번 다큐멘터리도 공식적으로 약속을 정하고 제작한 것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 간’ 것이다.

김장하 선생님은 1998년 경상국립대 최고관리자과정 논문집에서 진주정신을 주체정신, 호의정신, 평등정신이라고 주창한 바 있는데, 이는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敬義思想)에서 비롯해 진주농민항쟁, 형평운동 등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진주정신의 요체를 정리한 것이다. 선생님이 평생 동안 일구어온 재산을 우리 지역의 낮은 곳, 약한 곳, 어려운 곳, 어두운 곳에 골고루 나눠주고, 우리 지역에서 힘써 키우고 가꾸고 보듬어야 할 단체에 아낌없이 지원한 그 정신의 배경은 곧 진주정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선생님이 운영하신 남성당한약방의 벽면에 은초 정명수 선생님이 쓰신 ‘사무사(思無邪)’라는 글귀가 걸려 있는 게 다큐멘터리 화면에 잡혔다. 스스로 진주정신의 요체를 정리하고 그것을 몸소 실천함에 있어서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연말연시 텔레비전 앞에 앉은 수많은 시청자가 우리 지역에, 같은 시대에 김장하 선생님 같은 어른이 계셨음에 감사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김장하 선생님을 우러러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선생님의 삶의 철학을 열심히 따라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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