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16)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16)
  • 경남일보
  • 승인 2022.12.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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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신간 ‘경남문학상 수상자 선집’ 발간에 주목한다(5)
제21회 수상자는 시조시인 이달균이다. 1957년 함안 출생이다. 현재 경남문인협회 회장 재선에 들어갔다. 그의 작품집에는 ‘탑, 선 채로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 ‘열도의 등뼈’, ‘늙은 사자’, ‘문자의 파편’, ‘말뚝이 가라사대’, ‘장롱의 말’, ‘북행열차를 타고’, ‘퇴화론자의 고백’, 가사 시집 ‘열두 공방 열두 고개’ 등이 있는데 무엇인가 재주가 반짝인다는 느낌을 준다. 제목이 이러하니 재미와 재치, 또는 전통에 북행이라는 긴장을 얹어 놓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이른바 MC 체질, 입담이 좋다는 평이다.

다음 이야기는 이 시인으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이다.

이 시인이 처음 시를 접한 것은 함안에서 마산의 중학으로 다녀서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마산 추산동 헌책방 골목을 잘 다녔는데 그때였던 것으로 추억하는 말을 들었다. 그때 뜯겨 나간 책 한 권을 손에 쥐었는데 바로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였다는 것이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이런 구절을 읽으며 가슴이 저리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날 그 시집을 들고 자취방에 와 밤새 읽었던 기억이 선하다는 것이었다. ‘별 헤는 밤’을 읽으며 프란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외국 시인의 이름을 처음 듣기도 했고, 그들의 책을 찾아 마산 헌책방을 뒤지던 소년이 되었더라는 것이고, 백석이 프랑시스 잠에 빠졌고, 백석의 사슴을 통해 윤동주가 그들을 알았다는 사실을 뒤에 눈치채기도 했다는 것이다.

청년이 되었다.

1981년 이월춘, 성창경 등과 통신문학동인(후에 성선경 합류) ‘살어리’를 시작했고, 1983년 이월춘, 조성래(진주 ‘문예정신’ 출신) 등과 함께 ‘3·15 시문학 동인’을 결성, 부산과 길트기 하고 20대를 보냈다. 1987년 첫 시집 ‘남해행’을 펴내면서 문단 활동의 바퀴를 굴리고 나갔다.

1995년 이우걸 시인과의 인연으로 시조 문단에 발 들여놓기, 독자를 잃어가는 전통에 활력소 불어넣기로 촌철살인의 이미지를 등에 업었다. 서사성과 남성적 기개 등으로 3장 6구의 변혁을 시도하기도 했다.

가사 문학에 대한 관심 역시 사설시조를 쓰는 마음으로 사라져가는 우리말의 멋과 전통을 살리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구로 대단하다. 여러 측면에서 시험하고 적용하는 것으로 그 욕구를 풀어가고 있다. 그는 마당극, 오페라, 시극 등으로 무대화와 시의 외연 확장에 쉴 틈이 없어 보인다. 그릇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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