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여중, 열악한 환경속 꽃피운 값진 ‘우승’
진주여중, 열악한 환경속 꽃피운 값진 ‘우승’
  • 정희성
  • 승인 2022.12.04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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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축구연맹전 2연패 달성
학교에 인조잔디 운동장 없어
진주종합경기장, 모덕구장 전전
선수들 체력·학부모 비용 부담↑
땀·열정만으로는 한계 지원 절실
진주여중이 지난달 강원도 화천군에서 열린 ‘2022 추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 중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휴게시설 노후화, 학교 내 인조잔디 운동장 부재 속에서도 학교의 관심과 선수들의 노력, 지도자의 열정이 빚어낸 값진 성과다. 2013년에 축구부를 창단한 진주여중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타 시·도 학교에서 입학 문의가 들어올 만큼 중등부 여자 축구 강자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진주여중 축구부의 우승 뒤에 숨어있는 열악한 환경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까지 감독,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운동하며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고, 더 나아가 경남의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교육청과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 29일 진주여중 정문에는 진주교육지원청과 학교가 자체적으로 내건 ‘우승 축하’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축하 현수막을 지나 학교 운동장을 맞닥뜨리게 되면 진주여중 축구부의 어두운 면을 볼 수 있다.

비가 내린 학교 모래(마사토) 운동장은 곳곳에 빗물이 고여 있었다. 전국 대회 2연패를 달성한 학교의 운동장 치고는 초라했다.

인조잔디 운동장이 없는 진주여중 축구부는 학교에서 15분에서 25분 정도 떨어진 모덕구장과 진주종합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진주여중 최인용 교장은 우승에 대해 한 없이 기쁘고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부임 후 축구부 학생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며 “현재 휴게실이 있지만 노후화 돼서 안타깝다. 다행히 도교육청과 도의회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간담회도 가졌다. 현재 휴게실 환경개선 예산이 편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이 도의회를 통과하며 내년에 공사가 시작되며,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기간을 단축했으면 좋겠다”며 “공사가 완료되면 샤워실, 화장실, 휴식실 등이 제대로 갖춰져서 학생들의 체력 회복이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최 교장의 말처럼 열악한 휴게실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더 큰 난관이 남아있다.

바로 학교 모래 운동장을 인조잔디 운동장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현재 진주여중 학생들은 학교에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두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학교(신안동)에서 상대동 모덕구장 또는 문산읍에 위치한 진주종합경기장 보조구장까지 이동을 해 훈련을 하고 있다.

방과 후에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학생들은 30분에서 차가 막힐 때는 1시간 가량(왕복 기준)을 도로에서 낭비하고 있다. 또 이동을 위해 대형버스 한 대를 대절하는 데 그 비용은 고스란히 학부모들의 부담이다.

최인용 교장은 “학생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한다”며 “하루 빨리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게실 개선과 함께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리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올해 인조잔디 운동장을 준공한 진주 남강초는 전국 대회 3관왕을 차지하며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진주 남강초를 비롯해 전국에서 몰려드는 우수한 학생들을 바탕으로 훌륭한 지도자, 여기에 최상의 훈련 여건이 조성된다면 경남 여자축구의 전성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이 최 교장의 설명이다.

현재 도내에는 진주 남강초, 창원 명서초, 진주여중, 함안 로봇고에 여자 축구부가 있다.

진주여중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 훈련 여건이 개선된다면 지역의 우수한 축구 인재들이 계속 경남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최 교장은 여기에 더해 도내 기업과 지자체 등의 관심도 당부했다. 진주여중과 추계연맹전 결승에서 맞붙은 울산 현대 청운중은 이름 그대로 현대의 지원을 받으며 강팀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는 “축구부를 운영하는 데 예산이 많이 든다. 학교 운영비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일회성보다는 지속가능한 지원, 즉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축구부 이상윤 감독도 최 교장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나타냈다. 이상윤 감독은 “수업이 끝나고 오후에 이동을 하는데 그 만큼 훈련 시간이 줄어들고, 사고의 우려도 있다. 특히 대회가 있으면 야간 훈련이 중요한데, 종합경기장과 모덕구장의 경우 야간에는 시민들이 이용을 하기 때문에 훈련 장소를 찾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며 인조잔디 운동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회 2연패에 대해서는 “작년에 우승을 해서 올해 대회에는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쁘다”며 “아이들이 성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잘 극복해 줬다”고 했다.

이 감독은 내년 5월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을 정조준하고 있다. 진주여중은 비시즌에는 주로 개인 훈련을 하고 시즌 중에는 전술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올해 23명의 학생 중 5명이 졸업한다. 현재 1학년들도 경기를 많이 뛰기 때문에 남강초등학교를 비롯해 신입생들이 빈자리를 잘 메꿔 준다면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윤 감독은 3년 간 동고동락한, 3학년 예비 졸업생들에게 작별의 인사도 건넸다. 이 감독은 “올해도 우승을 했는데, 학생들이 졸업을 해서도 진주여중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항상 건강하고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 날 우승을 축하해 주기 위해 진주여중을 찾은 경남도의회 정재욱 의원(교육위원회)은 “몇 달 전에 노후화 된 휴게시설 개선과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며 “진주여중 축구부가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정희성기자



 
지난달 29일 진주여중 축구부 선수들이 지난해와 올해 대회 우승 깃발을 들고 최인용 교장, 박종태 교감, 정재욱 도의원, 코치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진주여중 모래 운동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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