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13)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13)
  • 경남일보
  • 승인 2022.12.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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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신간 ‘경남문학상 수상자 선집’ 발간에 주목한다(2)
이번 ‘경남문학상 수상자 선집’ 발간을 기해 그중 전국적으로 주목 받는 경남의 시인 작가 일부를 살펴 볼까 한다. 우선 수필가 정목일을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목일은 1945년 해방둥이로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가 진주 배영초등학교에 다닐 때 만난 친구로 신찬식 시인, 이영성 시조시인이 있는데 이들 3인을 흔히 ‘배영3총사’로 칭하기도 한다. 그는 1975년에 우리나라 공식 수필 등단 1호 작가로 월간 ‘현대문학’과 ‘월간문학’에 각각 첫 번째로 얼굴을 내민 역사적인 화제의 소유자이다. 정목일 이전의 수필가들은 등단 코스를 밟지 않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이를 이끌어준 배경에는 그를 인정한 조연현 평론가가 있었다.

그는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연임, 경남문인협회 사무국장·회장, 경남신문 편집국장 출신 언론인으로 평생을 봉직했다. 그는 한때 마산 창신대학교 겸임교수로 수필 지도를 했고 연세대 사회교육원에서도 신인을 지도하여 수필가 양성의 대부라 지칭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수필의 서정적 문체의 대표작가였다. 피천득 이래 달빛서정으로 출렁거리는 수필에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었다.

필자가 볼 때 정목일의 대표작은 ‘대금산조’가 아닐까 한다. 그 서두를 읽자.



“한밤중 은하가 흘러 간다.

이 땅에 흘러내리는 실개천아, 하얀 모래밭과 푸른 물기 도는 대밭을 곁에 두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아

흘러가라. 끝도 한도 없이 흘러가라. 흐를수록 맑고 바닥도 모를 깊이로 시공을 적셔가거라.

그냥 대나무로 만든 악기가 아니다.

영혼의 뼈마디 한 부분을 뚝 떼어 내 만든 그리움의 악기….

가슴속에 숨겨둔 그리움 덩이가 한(恨)이 되어 엉켜 있다가 눈 녹듯 녹아서 실개천처럼 흐르고 있다.

눈물로 한을 씻어내는 소리, 이제 어디든 막힘없이 다가가 한 마음이 되는 해후의 소리….

한 번만이라도 마음껏 불러보고 싶은 사람아,

마음에 맺혀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아,

고요로 흘러가거라. 그곳이 영원의 길목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깊고 아득한 소리, 영혼의 뼈마디가 악기가 되어 그 속에서 우러나는 소리….



영겁의 달빛이 물드는 노래이다.”



이 수필의 시적 운문적 리듬이 유장하다. 시적 이미지가 살아서 출렁거리고 있다. 정목일이 대금을 얼마나 불어 본 것일까. 그 섬세한 리듬, 소리, 달빛, 실개천, 유유히 흐르는 강물, 그 곁에 있는 대숲, 과연 작가의 고향 그 강은 어디이고,그 대숲 산조는 어느 자연의 천년 신비일까?

필자는 정목일이 살던 진주 도립병원 뒷길, 도립병원 옆 담장의 긴 둘레, 그 곁에 돌아가는 배영학교 담장을 연상한다. 이 유년의 정서가 그의 대금산조를 켜는 힘일 것이다.

그 다음 타자는 필자와 각별한 관계로 이어졌던 정규화 시인을 호명하고자 한다. 그는 병고에 시달렸고, 가난했고 사회 변혁의 물꼬를 틔우고자 한 마지막 직장이 경남일보와 경남신문의 문화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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