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서원 문화의 특성
[경일춘추]서원 문화의 특성
  • 경남일보
  • 승인 2022.11.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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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춘추]서원 문화의 특성

이창구 남계서원 원장

 
이창구 남계서원 원장


이황 선생이 주희의 예를 끌어와 조선에 맞는 서원제도를 마련하고 보급에 진력하는 시기에 맞추어 때마침 사림(士林)이라는 이념집단이 정치세력으로 대두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림은 개인의 입신양명과 이득을 추구하는 과거공부보다는 성현의 가르침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자신에 대한 철저한 수련을 거쳐 군자(君子)로 나아가려는 인격적 존재로 훈련되어야 했다. 이황은 서원을 통해 이런 사림을 양성하려했던 것이다.

결국 서원이 상급신분인 사족 양반자제들을 대상으로 강학(講學)과 독행(篤行)에 의한 전인교육을 함으로써 국가의 원기라는 정치 사회적 핵심집단인 사림을 양성하는 학교로서의 구실을 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사림활동의 보금자리 역할이었다. 사림들은 세상을 바로잡는 일을 자신들에게 부여된 임무로 생각했다. 좁게는 향촌사회에서 보다 넓게는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향촌민을 통치하거나 정치활동에 직접 뛰어들지는 않았다. 그들의 몫은 향촌사회와 국가를 유교적 이상사회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이를 세도(世道)라 불렀다. 사림이 갖는 세도라는 것은 바로 사림들의 공변된 의론, 즉 공론(公論)을 통해서였다. 국가의 통치 방향이나 이념과 관련된 의리(義理) 명분(名分) 및 전례(典禮)문제 사문(斯文)의 정통성 논란을 둘러싸고 수백 명 또는 만여 명의 유생들이 참여한 연명상소, 또 향촌사회의 안정과 통속유지를 위해 향론을 모으는 과정 등은 사림공론의 결실이었다. 이러한 공론을 결정하는 모임을 갖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였다. 향청(鄕廳)과 사마소(司馬所), 향교 등도 활용할 수 있었겠지만 이보다는 사림 양성을 통해 그 보금자리로 자리 잡은 서원이 보다 적합하였을 것이다. 후일 붕당(朋黨)이 형성되고 당쟁이 본격화해 사림의 정치활동인 공론이 사당(私黨)의 당론으로 간주되는 상황에 처하자 서원이 당론을 전파하고 붕당세력을 확장하는 소굴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세 번째로 서원은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제향처(祭享處)의 구실을 했다.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성리학에 대한 이해와 해석도 학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학자마다 학설을 스승과 제자 간에 전하고 이어받는 학파가 형성된다.. 퇴계학파, 남명학파, 율곡·우계학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학파의 분위기는 필연적으로 그 선사(先師)의 학설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거점으로서의 서원 건립을 촉발시켰다고 볼 수 있다. 학설뿐만 아니라 그 학파의 개조(開祖)도 드러내야 했기 때문에 서원이 강학공간뿐 아니라 제향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였으며 더 나아가서 학맥을 드러내기 위한 문인(門人)이나 뛰어난 후학을 배향하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서원도 일차적으로 선사(先師)의 제향(祭享)을 계기로 학연을 맺고 학파를 계승하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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