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6]부산 송도해안볼레길과 해운대 크루즈 투어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6]부산 송도해안볼레길과 해운대 크루즈 투어
  • 경남일보
  • 승인 2022.11.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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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섬에서 바라본 해안절벽.
◇몽환적인 분위기의 송도해안볼레길

부산 송도해안볼레길과 해운대 야간 크루즈 투어를 위해 오후 1시에 진주에서 출발해 부산 송도로 향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고속도로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물길을 따라 차가 흘러간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았다. 송도해수욕장에 도착하자 거짓말같이 비가 멎어 있었다.

송도해안볼레길은 원래 송도해수욕장-현인광장-해안산책로-송도용궁구름다리-동섬-포구나무쉼터-두도전망대-조각공원-암남공원길-송도해수욕장으로 순환하는 9.3㎞ 구간으로 된 둘레길이다. 해안산책로 보수공사와 예약해 놓은 저녁 식사 시간으로 인해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은 송도(거북섬)로 이어놓은 송도구름산책로에서 시작해 송도해수욕장과 해안도로, 송도용궁구름다리와 동섬, 케이블카 승강장, 암남공원 입구까지 6㎞ 정도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젊은 어부와 용왕의 딸 인룡 조형물.
볼레길은 보다+둘레길이 하나로 된 합성어인데 ‘볼거리가 많은 둘레길’이란 뜻을 가진 말이라고 한다. 송도구름산책로는 거북섬을 가운데 두고 갈매기가 하얀 날개를 펼친 듯 바다 위로 건설해 놓은 다리다. 마침 비 온 뒤 안개가 걷히기 전이라 다리는 안개구름에 가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구름산책로였다. 거북의 입과 몸통을 지나자 거북섬을 스토리텔링화한 젊은 어부와 용왕의 딸 인룡(人龍)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청동 조각상이 서 있었다. 바다 위 안개에 가린 365m 길이의 구름산책로를 갈매기 날갯짓에 꿈길을 걷듯이 걸어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으로 이동했다.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7월에 개장된 우리나라 제1호 공설해수욕장이다. 피서객들이 없는 해수욕장엔 하얀 모래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밀려왔던 물결은 모래톱에다 제 발자국만 남긴 채 다시 먼 바다를 향해 서둘러 떠났다.

 
흔들다리를 건너고 있는 회원들.
◇조형미가 빼어난 송도용궁구름다리

해수욕장 중간쯤에 있는 인공폭포인 송도 폭포를 지나자 부산이 낳은 가수인 현인 선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해 놓은 현인광장엔 현인 동상과 대표곡인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비가 있었다. 195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였던 현인 선생은 ‘신라의 달밤’, ‘비 내리는 고모령’, ‘전선야곡’ 등 명곡을 남겼다.

보수공사로 인해 해안산책로를 폐쇄했기 때문에 해수욕장을 지나자 곧바로 해안도로를 따라 암남공원과 동섬을 이어놓은 송도용궁구름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포장된 길을 걸어서 오는 도중, 되돌아본 송도해수욕장은 뒤쪽엔 높은 건물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있고 앞쪽엔 탁 틔어 있는 바다를 거느리고 있는 풍경이 정말 장관이었다.

 
송도해수욕장에 가수 현인 동상.
한참을 걸어오니 무역선들이 정박해 있는 송도 앞바다의 묘박지(錨泊地), 동섬과 암남공원을 연결한 송도용궁구름다리를 조망할 수 있는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 기념석 전망대에 닿았다. 용궁 다리 너머 바다 위를 날아다니듯이 운행하고 있는 송도해상케이블카들이 이국적이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다시 10여 분을 걸어가자, 암남공원 입구가 나타났다.

공원 입구에서 100m 정도 올라가자 ‘송도용궁구름다리’라고 써 놓은 랜드마크가 있었고, 그 옆에 매표소가 있었다. 매표소 쪽에서 바라본 127m 송도용궁구름다리는 조형미가 아주 빼어났다. 동섬에 닿기 위한 다리라서 그런지 가운데는 일직선 길을 터놓고 길 양쪽으로는 다리 이름에 잘 어울리게 동글동글 동심원을 떠올리게 하는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동섬에 닿아 암남공원을 바라보니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저 멀리 영도가 바라보이고 망망대해도 조망할 수 있으며, 머리 위로는 해상케이블카들이 유유히 다니고 있었다. 동섬엔 용이 살았다고 전하는 용굴과 사람의 콧구멍처럼 생긴 두 개의 굴을 비롯 10여 개의 해식동굴이 있다고 한다. 볼레길이란 이름답게 정말 볼거리가 많은 둘레길이었다. 그래서 볼레길의 이름을 따서 동섬을 볼레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송도용궁구름다리를 다시 건너온 뒤 암남공원 숲길을 걷기로 했으나, 저녁 예약이 잡혀 있어서 아쉽게도 암남공원 숲길은 일부만 걸어야 했다. 조각공원을 지나 송도해상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 암남공원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자갈치시장으로 갔다. 곰장어로 저녁 식사를 한 뒤, 남항대교(1941m), 북항대교(3368m), 광안대교(7420m) 세 개의 다리를 지나 해운대 동백섬 앞에 닿았다.

 
송도구름산책로.
송도용궁구름다리 랜드마크.
◇환상적인 해운대 유람선 야간 투어

몇 년 전에는 동백섬 옆에서 유람선이 출항했는데, 지금은 해운대해수욕장 옆 미포항에서 출항했다. 어둠살이 내린 해운대해수욕장 모래톱엔 너울이 하얀 목소리로 다가와 뭇사람들에게 뜻 모를 얘기를 건네주곤 다시 떠나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탐방객들은 옛 추억을 건지려는 듯 해수욕장 모래톱을 거닐면서 신발 가득 모래만 담은 채 되돌아오곤 했다. 옛 추억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추억을 찾아 내딛는 발걸음 밑에서 모래알로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는데도 미포항 매표소에는 승선객들로 꽉 차 있었다. 8시 20분에 출항하는 유람선은 그다지 큰 배는 아니었지만 맵시가 날렵했다.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엔 하늘과 땅이 더욱 가까워진다고 했던가?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바라본 바다와 하늘은 모두 검은 빛 하나로 한몸이 되어 있었다. 고개를 돌려 해운대와 동백섬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마린시티 고층아파트와 동백섬 누리마루, 7.4㎞나 되는 광안대교엔 색색의 불빛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둠이 내린 뭍과 바다, 다리가 한데 어울려 빛을 내는 풍경은 몽환적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렸다. 해운대 앞바다 유람선 야간 투어와 송도해안볼레길 트레킹은 비와 안개, 어둠이 함께 해 준 덕분에 더 깊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담아올 수 있었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송도용궁구름다리.
송도해안볼레길.
조형미가 빼어난 송도용궁구름다리.
크루즈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크루즈에서 바라본 해운대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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