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과수재배, 쉽게 시작해선 안된다
[농업이야기] 과수재배, 쉽게 시작해선 안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11.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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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기술원에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과수를 심어야 할까요?’이다. 최근에 귀농하거나 기존 작물에서 과수로 작목을 전환하고자 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질문을 더 자주 받는 것 같다.

그러면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면서 좀 더 알아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하거나, 연세가 드신 분들에게는 농사를 이을 후계자가 없으면 아예 과수를 심지 말라고 권한다. 과수재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촌을 다니다보면 여기저기 막무가내로 만들어진 과수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빈 땅을 놀리지 못해서 다른 작물보다 재배가 쉽다고 생각했는지, 나무를 심고는 관리를 소홀히 해서 수확을 제대로 못하는 과수원들이다.

이들을 보면 ‘과수재배를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닌가, 다른 작물 같으면 이렇게 하겠는가?’하고 과수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이지만 과수는 재배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보고 준비해야 것들이 더 많고, 시작하더라도 투입해야 할 노력과 시간, 비용이 만만찮아서 관리가 부실하면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고생만 하게 되는 것이다.

나무는 심어서 성과기에 도달하기까지 수년 또는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한번 심으면 옮기기 힘들어서 시작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 차량 접근이 곤란한 곳에는 개원을 아예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 과수는 물 빠짐이 좋고 관수를 할 수 있는 물 공급이 용이하고, 냉기류가 정체되지 않아서 저온피해 위험이 적은 곳에 재배해야 한다.

특히 키위, 블루베리, 체리 등은 토양환경이 맞지 않으면 병이나 생리장해가 심해 정상적인 생장이 어렵다. 블루베리의 경우 토양환경이 적합하지 못한 곳에서는 용기재배를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극복되는 수가 있기는 하다. 그리고 과수마다 적합한 재배환경, 가지치기, 열매솎기, 병해충 방제 방법이 다르고 같은 과종이라도 품종에 따른 차이도 커서 사전 지식을 어느 정도 쌓아서 과종과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재배조건에 적합한 과수를 심었더라도 재배자의 능력과 노력이 따라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도 잘해야 과수원 경영이 완성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과수재배에서도 많은 농업인들의 성공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많은 요인들을 감안하여 개원하고 자기 과원에 맞는 자신의 기술을 발전시켜 최고의 과실 생산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의 성공 이야기를 듣노라면 ‘재배환경이나 조건도 좋았지만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이 더 중요 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그렇다. 과수는 좋은 곳에 심어주고 아낌없는 수고를 베푼 분들에게 풍성한 열매를 선사한다.

최성태 경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과수담당 지방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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