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이태원의 슬픔
[경일포럼]이태원의 슬픔
  • 경남일보
  • 승인 2022.11.0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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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생각하기도 싫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다. 온누리에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 우리나라는 뜻하지 않는 슬픔에 빠졌다. 공식적인 애도 기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무슨 이런 사고가 세상에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사망한 이들은 대부분 20대와 30대라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꽃다운 아들딸 156명을 잃은 부모들은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이쯤에서 몇 가지 점에서 우리를 냉정하게 뒤돌아보고자 한다.

첫째, 이와 유사한 사례가 이미 외국에서 일어났고 또 그들은 이런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왜 우리는 그걸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을까. 왜 우리는 사고가 일어나서야 남의 나라에서는 이미 어떻게 하고 있다느니 하고 언론에서, 전문가들은 야단일까. 우린 언제나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꼭 일어나야 무슨 교육을 한다느니, 법을 만든다느니, 정책을 세운다느니 하면서 법석을 뜬다. 그렇게 법 만들기를 좋아하는 위정자들은 왜 더 일찍 법을 만들어 이러한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없었단 말인가. 모두 원망스럽다.

둘째,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무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생명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일정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국민의 무질서한 행위나 불법적 집단 행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안전을 선택할 것인가, 무분별한 자유를 선택할 것인가. 더구나 참으로 아쉬운 건 행사 참가자들이 이번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위급한 상황을 112 경찰에 수 차례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셋째, 이번 어린 죽음을 정치로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아들딸의 죽음을 두고 정치권에서 이전투구로 싸우는 건 인간적 도리가 아니다. 지금은 모두가 경근해야 하고 엄숙해야 하고 애도해야 한다. 빠른 시간 안에 사고를 무사히 잘 수습한 후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하고 유가족의 슬픔은 어떤 형태로든 최선을 다해 달래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하나가 돼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법을 만들고 재난방지 체계를 철저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넷째, 사고가 일어난 후 정부 공직자의 태도다. 이번처럼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정부 책임자들의 발언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사과, 수습, 대책, 책임, 애도의 말만 해야 한다. 더 이상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다. 모든 국민들은 설령 사망자들에게 일부 책임이 있을지라도 정부를 탓하고 원망하게 된다. 당연하다. 어린아이가 다치면 부모가 잘못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어버이라고 하지 않는가. 공직자는 상황에 따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려서 할 줄 알아야 한다. 요즘 많은 공직자나 정치하는 이들은 말을 듣고 있으면 참으로 예의도 없고, 품위도 없고, 무게도 없다.

마지막으로 불철주야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현장에서 묵묵히 고생하고 있는 경찰과 119 소방대원 등 공직자들에게는 우리 모두 격려해야 하고 응원을 보내야 한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들을 믿고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한국이 세계에서 치안 질서가 가장 잘된 나라인 줄 알았는데 이번 사고로 참으로 부끄러운 나라가 됐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삶은 결국에는 자신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자기를 대신하거나 지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 앞에 절하고 깊은 애도를 표한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슬픈 가슴을 안고 같이 울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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